이근영 산업은행 총재는 지난 7월 15일 입찰 요강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결코 유찰은 생각해 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는 유찰로 나왔고 채권단이 코너에 몰리게 됐다.

유찰이 기아와 아시아의 부채가 과다하다는데서 비롯된 만큼 부채원금
탕감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산은 한 관계자는 "재입찰에 들어가려면 과연 얼마나 부채를 탕감해 줘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채권단은 입찰설명회에서 원금은 탕감해 주지 않은채 부채상환조건만을
조정해 최고 6조원의 "탕감효과"를 내주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업체들은 입찰서류에 부대조건을 달아 부채원금 탕감이
필수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게 유찰의 원인이다.

부채탕감에 대해서는 포드가 가장 강경한 입장이다.

포드는 "기아와 아시아의 적정부채는 4조원"이라고 썼다.

부채가 12조8천억원이니 무려 8조8천억원을 탕감해달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같은 조건은 채권단은 물론 국민들로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요구다.

따라서 현대나 대우 삼성이 제시한 안을 놓고 채권단은 고민에 싸이게 됐다.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은 구체적인 숫자가 나오는 삼성안이다.

삼성은 기아와 아시아의 순자산 부족액 2조4천억원과 최종실사후 추가
부족분을 합한 금액 탕감해 달라는 안을 냈다.

적어도 2조4천억원 이상을 탕감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채권단으로서는 원금탕감이라는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모든 채권단을 설득시키기도 힘들뿐 아니라 금융기관들도 모두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어서다.

그렇다고 원금을 탕감해주지 않을 수는 없는 일이다.

부채원금 탕감규모를 어떻게 해야할지, 채권단은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 응찰업체별 부채관련 요구조건 ]

<>.현대 : 연결재무제표 등 신뢰할만한 회계자료를 제공하면 부채조정규모
제시

<>.대우 : 제3자의 자산/부채 평가가치와 최종실사결과 확정될 부채와의
차액만큼 부채탕감

<>.삼성 : 기아와 아시아의 순자산 부족액 2조4천억원과 최종실사후 추가
부족분을 합한 금액 탕감

<>.포드 : 적정부채 4조원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