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우를 끝으로 5대그룹이 모두 구조조정계획을 발표했다.

조정계획은 앞으로 주력업종을 4~5개로 축소하고 비주력업종은 매각
계열분리 합병 등을 통해 정리하는 한편 주요계열사의 지분매각 및 보유자산
처분을 통해 거액의 외자를 유치함으로써 내년말까지 부채비율을 2백%
밑으로 떨어뜨린다는 내용이다.

이밖에 일부그룹은 그룹총수의 사재를 출연하고 구조조정에 따른
정리해고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구조조정계획은 오는 10일로 예정된 김대중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
를 의식한 탓도 있지만 나름대로 그동안의 정부요구를 최대한 받아들이려는
성의가 엿보인다.

발표된 계획대로 시행만 된다면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데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같은 기대를 반영해 증시에서도 주력업종으로
선정된 회사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부의 독촉이 없더라도 어차피 다른 대기업들도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에 필사적일 수밖에 없다.

동아건설같은 경우 소유주가 그룹경영권 포기의사까지 내비칠 정도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의 소요확산 및 민노총의 과격시위와 총파업 위협을
계기로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금융시장도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다시
1천4백원대로 뛰어오르는 등 급격히 악화되고 있으며 외국언론들도 불안한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앞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가능한 한 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는 것이다.

그래야만 국내외의 불안심리를 잠재우고 대외신인도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계획대로 구조조정을 단행하므로써 결연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정부도 이제부터는 무조건 닥달만 할 것이 아니라 여건조성 및 정책조율에
힘써야 할 차례다.

그중에서도 특히 금융경색 및 노사갈등의 해소가 시급한 과제로 꼽히고
있다.

우선 계열사나 보유자산을 매각하려면 금리안정 및 원활한 자금수급이
전제조건이다.

이점에서 최근 정부와 IMF가 금리인하방침에 합의한 것은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다.

이밖에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파생될 대량실업에 대한 대비책이
마련돼야 한다.

특히 해외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구조조정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는데도 벌써부터 노동계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비록 이번 발표에서 대기업들이 정부입장을 의식해 정리해고를 최대한
자제한다는 식의 막연한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지만 인원정리없이 구조조정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관계당국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정부의 일방적인 강요에 따른 성의표시에
머문다면 지금보다 훨씬 심각한 위기를 맞게될 것이라는 국내외의 지적을
명심하고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할 것이다.

누구보다도 당사자인 기업이 구조조정의 필요성과 이해득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