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버금가는 단일시장의 등장은 수출과 현지투자 등에서 새로운 기회로
활용될 수 있다.

반면 유럽경쟁기업들의 경쟁력강화는 우리 기업에는 새로운 도전일 수밖에
없다.

우선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셈이다.

그동안 미국 일본과 동아시아 기업에 상대적으로 밀렸던 유럽기업들은
거대시장을 배경으로 역외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유럽의 새 금융시스템에 적응하는 것도 난제다.

전문가들은 2~3년안에 유러화가 세계 결제통화의 35%를 점유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IMF체제로 구조조정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우리 금융기관이나 기업들이긴
하지만 새 유럽에 적응하기 위한 장기전략도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달러 일변도의 외환운영방식을 고수해온 국내 금융기관들은 외환자산
포트폴리오부터 다시 짜야 한다.

유러화표시 채권발행 등을 통한 자금조달로 기업의 유러화 결제자금수요에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은행들은 유럽은행들의 변신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금융시장이 미국 수준으로 커지는 만큼 유럽은행들이 인수합병
(M&A)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해외영업이 걸음마 단계인 국내 금융기관들은 유럽시장에서 틈새 시장을
찾기가 더욱 어려워질게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위해선 유럽 금융메카로 부상할 프랑크푸르트 금융
시장에 투자은행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국내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유럽기업들의 경쟁력이 강한 유화 자동차 철강
분야에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 진출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영국이 통화단일화에 불참함에 따라 LG전자 삼성전자 등 영국에 생산거점을
둔 국내 전자업체들은 환리스크 부담을 안게 됐다.

김득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금융조달과 원가절감을 위해 현지화
를 더욱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유럽에 새로 진출할 기업들은 영국과 대륙을 놓고 고민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종화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리 기업들은 단일시장경제를
이끌 독일 프랑스 등과 거래를 늘려야 한다"며 "이를위해 첨단업종을 중심
으로 합작투자와 연구소설립 등에 주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새 금융시스템에 대한 기업들의 적응도 과제다.

한상춘 대우경제연구소 국제경제팀장은 "유러화와 회원국통화가 혼용되는
오는 2000년 6월까지는 수출은 유러화로, 수입은 회원국 통화로 결제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 유병연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