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산업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기아사태이후 이번달 초까지 부도난 1차 부품협력업체는 1백22개사나 된다.

공장가동률은 40%선으로 떨어졌다.

광주권과 안산에 머물던 부도의 회오리바람이 경남북 일대와 경기 일원
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같은 상황이 자동차의 내수판매 격감에다 원자재
구득난 및 극심한 자금난이 겹친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자동차 내수판매는 올들어 2개월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5%나
줄어든 9만4천대에 불과했다.

대부분의 완성차 회사들이 조업을 단축하고 일부 차종의 경우는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 가동률은 한창 때의 절반수준인 40%선으로 떨어졌다.

자동차부품조합은 완성차업체의 생산감축에 따라 올해 부품업체의 매출액이
지난해(14조3천4백73억원)보다 15%이상 줄어든 12조1천9백50억원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아와 아시아자동차의 협력업체들이 주로 부도가 났으나
올들어서는 현대자동차 대우 등의 벤더들이 부도업체대열에 포함되고 있다.

현대의 경우 3백60여개의 1차 협력업체중 국제통화기금(IMF) 이후 선바이저
공급업체인 세찬산업을 비롯 20개사(현대정공 포함 29개사)가 문을 닫았다.

기아.아시아 47개사, 대우.대우중공업 27개사, 쌍용 1차벤더 13개사 등
최근 몇달 사이에 "사형선고"를 받은 업체는 1백개를 넘는다.

특히 올들어서는 건실한 중견기업들의 부도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올들어 연간 매출액 5백억원 이상인 중견기업으로 부도를 낸 업체는
대일공업 등 12개사에 이르고 있다.

완성차업체 및 1차벤더가 발행한 진성어음의 할인이 안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부도사태의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7개 완성차회사가 1차벤더에 발행하는 어음규모는 월간 1조2천원억,
1차벤더가 2차벤더에 발행하는 어음규모는 6천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현대와 대우가 발행한 어음은 그나마 할인이 되지만 기아 아시아 쌍용
등의 어음은 전 금융기관이 할인을 기피하고 있다"(내장재업체 D사 K사장).

여기에 원자재 가격폭등과 현금결제 요구, 환리스크의 부담 등으로
어려움은 가중된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어음할인율은 20%선이고 사채시장 할인율은 특정 완성차사
발행어음의 경우 30%를 넘는다"고 고문수 자동차부품조합 상무는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 상태로는 얼마못가 한국의 자동차산업이 몰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 문병환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