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당장 금리를 내리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환율이다.

환율은 하락세속에 16일 1천4백원대에 진입했다.

그러나 지난달에도 1천5백원대로 내렸다가 1천6백원대로 올라간 적이 있다.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

물론 명확한 기준은 없다.

변동폭이나 하락추이를 기준으로 삼을 수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IMF는 "사전합의"를 강조한다.

한국정부와 IMF가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 입장이 대립할 때는 입장차이를 좁히는게 최선이다.

한국정부가 일방적으로 금리를 내리는 것은 이런 합의틀을 깨는 "비신사적"
행위다.

존 다즈워스 IMF 서울사무소장도 지난 11일 한국은행 자금담당 김원태
이사, 13일 전철환 한국은행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IMF는 어떤 상황에서 금리를 내리는데 동의할까.

다즈워스 소장은 "종합적으로 봐서 확신(confidence)이 설 때"라고 밝혔다.

단순히 외환시장만 보고 판단하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기업구조조정 금융산업구조조정 등도 참고하는 사항이다.

IMF는 금융산업구조조정전담반 출범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고금리속에서도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가시화하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IMF는 정치적 사회적 안정여부도 판단기준으로 삼는다.

IMF가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리를 내릴 수 있는 분위기는 서서히 조성되고 있다고 본다.

우선 환율이 한국측 주장대로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금융산업구조 조정반도 지난주말 출범했다.

정치권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IMF는 한국정부가 너무 급하다며 "천천히"를 강조한다.

며칠간 두드러지게 나타난 흐름만 보고 급하게 움직였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기 때문이다.

IMF는 고금리 때문에 많은 경제주체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잘 이해
한다.

다만 IMF는 그럴수록 기업들이 금리인하를 졸라대기보다는 구조조정을
서둘러 끝내겠다는 의지를 보여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IMF는 구체적인 금리인하폭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측과 협의를 계속하고 있는 만큼 이심전심으로 그 폭은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시장영향을 감안해 공개하지 않을뿐이다.

어쨌든 IMF도 환율이 1천4백50선에서 안정되면 금리인하에 동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