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성공의 비결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참으로 변변치 못한 자신이 쑥스러워지는 순간이다.

불현듯 뒤돌아 볼 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이 사회활동을 하기는 정말로 힘들다.

회사 일은 회사 일대로, 관공서 등 바깥 일은 또 그것대로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래도 잘 해보겠다고 애를 쓰는데 예기치 못한 일들이 불쑥 생길 때는
손을 놓고 싶은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그럴 때면 "왜 하필 나한테 이런 일이 일어날까"하며 억울해하고 속상해
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내게도 억울한 일이 생길 수 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마음가짐을 새로이 하고 "이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를
깊이 생각하다보니 실마리가 풀리곤 하였다.

이제는 오히려 그런 일들이 늘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이라고 믿기에 감사한
마음마저 갖는다.

옛날 어떤 사람이 세상살기가 성가시고 힘든 일이 너무 많아 더이상은
못참겠다고 깊은 산으로 길을 떠났더란다.

그런데 산골짜기에 이르고 보니 그 "성가신 게"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
다고 한다.

피하고 싶은 힘든 고비란 누구에게나 있지 않을까.

그 어려움도 다 내것이려니 생각하고 받아들여 잘 이겨내면 성공했다는
소리를 듣는게 아닌가 싶다.

언제부턴가, 이른 새벽이면 물끄러미 하늘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먹구름이 잔뜩 끼어있는 날엔 태양이 바로 뒤에서 빛나고 있음을 잊곤
한다.

구름이 걷히고 다시 밝은 햇빛을 마주할 때가 멀지 않았는데도 그 순간을
기다리지 못해 포기하고 한눈을 판 적도 많았다.

연륜이라는 것이 조금 쌓이고 보니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하늘의 구름이 각양각색이듯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삶의 고비도 다양한
형태로 다가오겠지만 구름은 언젠가는 꼭 걷힌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구름 뒤에 가려있는 찬란한 내일을 잊지 않는 마음으로 또 하루를 맞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