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이 18일 신한국당 이회창 총재에 대한 비난공세를 펼치는 등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를 위한 대리전에 나섰다.

자민련의 이같은 모습은 대선전에서의 "악역"을 맡음으로써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는 "고고한 이미지"를 유지한다는 고도로 계산된 "역할분담"에 따른
것이다.

더욱이 "이회창-조순"연대로 이총재의 지지율이 급상승, 김총재를 위협하고
있는데 반해 "DJT연대"는 역풍을 만나 자민련의 도의적인 책임론까지 등장한
것도 "참전결정"의 요인으로 작용한듯 하다.

자민련은 이날 신한국당과 이총재, 조순 총재에 대한 성명과 논평을 잇따라
내고 "흡집내기식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공격목표는 "이회창-조순연대"가 주장하고 있는 "깨끗한 정치 튼튼한 경제"
의 무력화였다.

먼저 김창영 부대변인이 포문을 열었다.

김부대변인은 "우리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오래 전으로 현 정권에서
총리와 집권당 대표를 지내고 이제는 제1당의 대통령 후보인 이회창씨의
책임이 크다"며 이총재를 직접 겨냥했다.

김부대변인은 또 "조순총재는 경제부총리때는 흑자경제를 적자로 만들고
서울시장 시절에는 서울시 빚만 늘려 놓은 실패한 경제학자"라면서
"이-조연대는 문민정부가 멕시코로 만들어 놓은 대한민국을 필리핀으로
변하게 할 망국의 콤비"라고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결정을 "잘못된
만남"으로 부각시키려 노력했다.

이어 심양섭 부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신한국당이 금융개편안에 찬성한다고
하면서 표결처리는 회피하고 있는 것도 국정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기회주의
적 행태"라고 혹평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섰다.

윤병호 부대변인은 민주계의 잔류결정과 관련, "이회창 총재와 민정계 앞에
구명도생하겠다는 것"이라며 봉합국면에 접어선 신한국당의 내분을 은근히
부추겼다.

그는 이총재와 민정계를 "민주계가 평생 신명을 다받쳐 섬겨온 주군인
김영삼 대통령을 헌신짝처럼 당에서 축출한 패륜적인 정파"라고 비난한뒤
"차라리 만용을 앞세워 의연하게 새살림을 차려 제 갈길을 가고 있는 이인제
후보가 훨씬 민주계다운 모습"이라고 말했다.

<김태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