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최남단에 위치한 마라도 (남제주군 대정읍 마라리)는 더이상
고도가 아니다.

제주본도 (송악산)에서 11km나 떨어져 있으며 채 10만평이 못되는 땅에
인구라고 해야 70여명 (30가구)이 살고 있는 조그만 섬.

사방팔방이 검푸른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가파도와 마라도 사이의
물길이 거세 태풍이라도 불면 파도에 덮여버릴 것만 같은 북태평양상의
외로운 섬 마라도.

그러나 이제는 연간 14만여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제주의 인기섬으로
떠오르고 있다.

여름 피서객이나 낚시꾼은 물론이고 봄에는 유채꽃과 푸른 풀밭,
가을에는 마라도 전체를 덮다시피하는 억새의 정취를 감상하러 오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이다.

해발 39m로 고구마형태를 하고 있는 마라도는 남북의 길이가 1.25km로
동서의 길이 0.5km보다 길다.

섬 둘레는 4.2km로 해변을 따라 신작로가 나 있다.

원래 이 신작로도 자연풀밭으로 되어 있었으나 사람과 차량왕래가
근년들어 크게 늘어나면서 도로로 변했다.

신작로를 따라가면 해안가를 제외한 섬 전체가 거의 억새풀밭을 이루고
있다.

해풍때문에 농사가 거의 되지않고 나무도 잘 자라지 않는 마라도는
마을과 등대 교회 법당 학교등의 건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땅이 봄에는
푸르른 풀밭이고 가을엔 은빛 억새의 물결로 변한다.

해풍의 선율에 따라 펼쳐지는 마라도의 억새군무는 육지에서와는
또다른 감상을 준다.

관광객들을 애잔한 정서에 젖게 하기보다는 거친 바닷바람을 견뎌내는
의지같은 것을 느끼게 한다.

바다쪽으로 눈을 돌리면 높은 파도가 마구 달려와 검은 현무암에
부서지며 이루는 하얀 포말이 호쾌하기까지 하다.

아무런 거침없이 해안절벽을 후려치는 파도는 베토벤의 "영웅교향곡"
처럼 힘이 넘친다.

절벽 밑에는 옹기종기 생겨난 괴암과 요리조리 생긴 해식동굴이 군데군데
산재해 있다.

가까운 바다위엔 대여섯척의 고기잡이배들이 한폭의 그림같이 떠있다.

먼 바다엔 수백척의 어선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서해에서 어로작업을 하다.

서북풍을 피해 제주 화순항등에 피항했던 중국어선들이 다시 출항하는
모습이다.

마라도직항 유람선을 운영하는 유양해상관광(주)의 정수형 상무는
"동절기에 많을 때는 1천5백여척의 중국어선이 제주도로 피항을 온다"고
말했다.

신작로의 거리는 3.6km, 1~2시간이면 섬의 명소까지 둘러보며 섬전체를
일주할 수 있다.

비록 작은 섬이지만 짧은 시간에 한 섬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볼 수
있다는 것이 관광객의 "여행욕심"을 뿌듯하게 충족시켜 준다.

마라도의 관광명소는 신작로를 따라 가면 모두 만난다.

섬의 남쪽엔 최남단비가 있고 그 옆에 장군바위가 있다.

관광객들은 이 최남단비를 보면서 이곳이 우리나라 영토의 끝임을
확인한다.

최남단비 옆에는 포장마차도 있어 신선한 해산물과 함께 "섬의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는 장군바위는 마라도를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주민들이 해신제를 지내는 곳이기도 하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에 살고 있는 천신이 땅에 살고 있는 지신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길목이라 전해지고 있다.

장군바위아래는 기묘한 형태의 바위들이 절경을 이루고 있으며 또 이곳은
갯바위낚시 포인트이기도 하다.

최남단비를 돌아 동쪽으로 나가면 억새풀밭위로 마라도등대의 하얀 돔이
보인다.

마라도등대에는 직원 3명이 근무하며 24시간 어선들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섬의 정동쪽에 위치한 등대에서는 날씨가 좋은 날이면 태평양에서
떠오르는 일출의 장관을 볼 수 있다.

등대앞 절벽위에는 자생 선인장인 백년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마라도등대가 있는 섬의 동쪽은 약 39m 높이의 수직절벽을 이루고
있는데 이 선인장은 큰 파도가 밀려올때 묻혀와 절벽 윗부분에 자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섬의 북서쪽 바위위엔 돌담으로 둘러싼 약 2평 크기의 할망당이 있다.

할망당에는 마라도에서 잠수작업을 하다 희생된 해녀의 애절한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할망당은 요즘도 이곳 주민들이 바다의 재앙을 막기 위해 길일을 택해
1년에 서너차례씩 제를 올리는 곳이다.

섬의 서쪽 자리덕선착장 옆에 있는 대문바위도 볼거리.

갯바위낚시터이기도 한 이 바위는 코베기쌍굴이라고도 하는데 두개의
대문같이 뚫린 바위사이로 바닷물이 넘나드는 모습이 이채롭다.

마라도는 화산활동으로 용암이 분출하여 해수면 위로 솟아올라 굳어져
형성된 섬이다.

그래서 해안가에도 모래사장이 전혀 없고 어느 곳을 파 보아도 지하수가
나오지 않는다.

이곳 주민들은 지붕에서 빗물을 받아 여과시켜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관광객들에게도 물 절약을 당부한다.

지한봉 마라도이장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관광객들을 위한 휴게.
편의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여행 정보 ]]

제주공항에서 남제주군 대정읍 상모리 산이수동 선착장까지는 승용차로
50분 정도 걸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제주시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모슬포까지 와서
다시 택시를 타고 대정읍 산이수동 선착장까지 와야 하므로 불편하다.

산이수동 선착장에서는 유양해상관광((064)94-6661)이 운영하는 유람선
2척 (승선인원 2백50명)이 마라도까지 직행으로 운항한다.

운항시간은 오전 9시30분부터 매 1시간 간격으로 오후 4시 (10월~3월말)
까지 운영한다.

거리는 약 11km로 30분 정도 걸린다.

형제섬이나 송악산 뒤쪽 절벽승경을 10여분 돌아보는 모터보트 대선료는
4인 기준 3만원, 수상스키는 1회 2만원이다.

마라도에서 숙박하지 않는 관광객은 대개 1~2시간정도 섬에 머무른다.

요금은 왕복 1만3천5백원.

마라도에는 민박가구가 6가구 있어 1백5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다.

방값은 2인1실 기준 1만5천원, 식사는 한끼에 3천5백원을 받는다.

가을~겨울시즌에 많이 잡히는 히라스 (방어) 흑돔 등은 횟집을 겸하고
있는 민박집에서 마리 (약 3kg)당 5만원에 먹을 수 있다.

문의 마라도 지한봉이장 (064) 92-8504

(한국경제신문 1997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