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휘파람까지 불면서 골프연습장에서 희희낙락하고 있었다.

여행을 끝내고 골프연습장에 돌아오니 배사장이 그를 하느님처럼 맞는게
아닌가?

부득부득 그에게만 코치를 받겠다는 부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여름철에 한산한게 실내연습장 사정인데 그녀들은 꼭 그를 지적해서
골프연습을 하고 싶어 했다.

배사장은 큰 배를 디룩거리면서 그에게 점심까지 사면서 기분 황홀한
소리만 했다.

"이봐 지코치, 아줌마들이 기웃거리다가 자네가 없으니까 그 잘 생기고
키 큰 코치는 어디 갔지요?

잠깐 휴가중이니까 돌아오면 알려준다고 연락처를 써놓고 가라고 했더니
사무실에 적어놓고 간 것 봤지?

나는 자네가 그렇게 인기 코치인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네.

우리 연습장 문닫을 뻔 했어.

이봐, 나는 여자들이 이왕이면 물좋은 남자를 그렇게 바라는 줄은
이번에 처음 알았어.

도대체 자네를 기다리는 여자들이 몇이야?"

지영웅은 그 중에는 백옥자 여사와 권옥경도 끼여 있어 너무도 놀랐다.

그러나 지금 그의 마음은 아주 변해 버렸다.

그를 사로잡고 있는 여자는 오직 김영신 밖에 없다.

그는 더 이상 옛 생활을 안 할 것을 맹세했다.

공박사에게 쿠즈코에서 산 선물을 갖다주면서 큰 소리로 자기의 변신을
공포했다.

정승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살겠다고.

"공박사님, 저는 이제 한 여자만 사랑하기로 했어요.

나는 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귀국 즉시 월요애인에게 우편으로 마스터카드를 돌려주었어요.

삐삐도 아주 없애버리고.골프장에서 소박한 코치로서 프로자격이나
따려고 합니다"

"정말 눈물겹게 반가운 말입니다.

사랑을 하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도 건전해지고 인간적으로 순결하게
되고 성실해질 수 있어요.

요전에 편지에 썼던 그여자인가요? 연상이라는"

그녀는 의사다운 호김심이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호기심으로 물었다.

카메라로 그를 스냅하려던 계획은 그가 너무 빨리 돌아갔으므로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자기 딸의 입에서도 임영이란 남자에 대해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었으므로
안심하고 지나간다.

더구나 그는 지금 사랑하는 애인이 생겨서 진정 옛날의 지글러는
아니었다.

많이 정화된 느낌이 강했다.

그를 병실 앞까지 배웅하면서, "다시는 우리 병원에 안 오기를 바래오.
그리고 부디 훌륭한 프로골퍼가 되시고 소박하게 살면서 과거같은 것은
없었던 걸로 치부하고 바르게 살아보세요. 감사합니다, 귀한 선물"

그녀는 진정 서운해서 공연히 자기 딸 미아 때문에 그를 미워했던 것을
마음속으로 사과한다.

지코치가 땀을 닦으면서 새로운 여자 손님을 코치하고 있을때 윤효상이
나타난다.

그의 멋진 외모에서 지영웅은 왠지 그가 영신의 남편은 아닌가 육감적인
필링을 느낀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