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은 봉급을 타면 봉투째 아내에게 내밀곤 가사를 관리하게 한다.

아마 다른 나라도 그런 곳이 있겠지만 우리가 유별난 것이다.

과거에 쥐꼬리만한 봉급이라고 표현했던 박봉으로 가사를 관리할 엄두가
안나 아내에게 모든 것을 떠맡긴 무책임 때문인지, 여권이 높은 때문인지,
광열쇠를 마님에게 맡겼던 전통때문인지 잘 가닥이 잡히지는 않는다.

어쨌든 그건 제처두고 여성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유엔개발계획
(UNDP)의 인간개발보고서 (96년판, 한국에서 처음발간)에는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이 있다.

여러가지 연구결과에 따르면 여성이 가계수입을 관리할때는 소득을
인간개발에 지출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가정은 소득증가분중 많은 부분을 자녀교육에 지출하게 된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세계에서 가장 높은 학업연한의 증가를 보였다.

이중 대부분이 민간지출에 의하여 달성되었는데 1966~75년간 총교육비의
65%가 가계지출로 충당되었다.

UNDP에 의해 한국은 경제성장과 인간개발에서 모범국으로 지목되었다.

이것은 과도하다할 정도의 교육열에 근원한다.

이는 또한 아내에게 월급봉투를 통째로 맡기는 관습과 깊은 함수관계가
있다고 풀이해도 무방할 것이다.

하기는 요즘은 급료를 온라인으로 가정에 부쳐서 월급봉투는 구경도
못하지만....

코트디브아르에서 집계한바에 따르면 여성이 현금수입에 대한 통제권을
남성만큼 갖게 된다면 가계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9%가 늘어나는
반면에 담배는 55%, 술소비는 99%가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브라질에서의 조사에 의하면 여성의 소득 및 남성의 소득 모두가 가족의
영양상태를 향상시키지만 여성의 소득이 남성소득보다 거의 7배 가까이 더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결국 남자들은 술 담배등 낭비의 경향이 높고 여성은 가족을 배려하는
습성이 더 깊다는 얘기가 된다.

그래서 경제성장과 인간개발을 촉진할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한 투자라고 한다.

올해로 두번째 맞는 여성주간이 내일부터 시작된다.

"여성-새로운 문명창출의 에너지"라는 주제가 음미할만 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