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스 A 베레조프스키(51)-.

자동차딜러에서 출발, 러시아 최대재벌이 된 사나이.

재벌대통령을 꿈꾸는 러시아의 페로.

국가안보평의회 부의장이란 직함으로 체첸반군과의 협상을 지휘하는 그는
과연 옐친의 후계자가 될수 있을까.

공산주의 몰락이후 러시아의 권력엘리트는 정치관료집단에서 수십명의
강력한 기업가집단으로 대체됐다.

은행 석유회사 언론을 경영하며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자금줄을 떠맡는
그룹이다.

이들 신엘리트집단의 상징적 인물이 바로 베레조프스키.

소비에트과학아카데미에서 "정책결정이론"을 연구하던 평범한 학자였던
그는 소련이 무너지던 89년 국영자동차회사인 아프토바즈와의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 "로고바스"란 러시아 최초의 자동차딜러회사를 불하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94년 거대 통신과 석유회사를 거푸 인수했고 지금은 최대 TV방송사인
ORT의 지분도 상당량 갖고 있다.

총자산은 10억달러이상일 것으로 추산된다.

이같은 성장은 물론 크렘린내부권력과의 긴밀한 유착 때문에 가능했다.

93년 당시 엘친의 오른팔 왼팔이었던 알렉산드르 코르차코프와 올레그
소스코베트와 친구처럼 지내며 "로고바스왕국"을 형성했다.

라이벌인 츄바이스와 옐친의 딸 타티야나 디아첸코가 득세하자 잽싸게
이들의 "막역한 친구"가 됐다.

그의 변신은 그렘린궁에서도 "연구대상"으로 소문날 정도다.

자유시장개혁가로 변신한 그는 이제 정치인으로서의 이미지관리에 막대한
돈을 쓰고 있다.

지난해 3백만달러를 자선단체과 과학재단에 기부, "올해의 자선가"로
선정되었다.

엄청난 자비를 들여 체첸과격분자인 살만 라듀에프와 직접 만날수 있는
유일한 협상요원이 되어 그와 악수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 주고 있다.

간호사와 건설노무자의 아들로 어느날 갑자기 특권계층이 된 베레조프스키
는 과연 어디까지 올라 갈까.

"러시아의 게임법칙은 어느선까지 올라가면 멈출수 없다는 것이다. 만일
현재의 위치에 만족하면 곧 그 자리를 박탈당한다. 마치 멈추면 쓰러지는
자전거처럼..."

결국 대통령을 향한 길로 들어서거나 도중에 파산하는 둘중 하나일
것이란게 러시아 언론들의 분석이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