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철강 당진제철소의 공사비로 리스업체에서 대출된 자금중 6백91억원이
지난 1월 회사 부도 이전에 흔적도 없이 증발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17일 한보철강 위탁경영진은 당진제철소 B지구 공사재개를 위해 개발리스
산업리스 등 20여개 국내 리스업체로부터 대출된 자금과 공사 진행상황을
정밀 대조한 결과, 열연.냉연공장의 경우 리스대출은 4천52억원이 나갔으나
실제 설비에 투자된 금액은 3천3백6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초 B지구의 열연.냉연설비는 부도시점까지 95%의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진척도는 89%여서 그 차이 만큼의 초과 대출이 발생한
셈이다.

특히 초과 대출된 6백91억원은 실제 공사에 투입되지 않고 증빙자료도
없이 사라진 것으로 나타나 정태수 총회장 일가가 비자금으로 유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보철강 위탁경영진은 부도전 한보철강이 리스사에 대출신청을 하면서
기성고를 부풀렸으며 리스사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이같은
초과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에 확인된 리스자금 유용액 6백91억원은 B지구의 열연.
냉연설비에 국한된 것으로 공사재개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코렉스 등
B지구의 나머지 설비들의 경우에도 유사한 자금유용 사례가 확인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20여개 리스회사들은 한보철강 당진제철소 건설에 총
1조2천여억원을 대출해줘 물린 상태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