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대여시장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부터 비디오사업에
새로 진출한 기업들의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한국영상음반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일 드림박스 SKC등 국내
12개 메이저 비디오 제작업체의 1/4분기 총매출액은 5백51억원.

지난해 같은기간의 6백54억원보다 무려 16%나 감소했다.

비디오업계는 94년이후 대여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경기불황의 영향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국의 비디오 대여점수도 지난해초 2만2천여개에서 최근 1만8천여개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인 만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아래 영상산업에 뛰어든 현대계열의
금강기획, 제일제당, 진로계열의 GTV등의 움직임에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영상산업이 21세기 최고의 유망산업이 될 것이라는 판단 아래
다각적인 사업을 펼쳐 왔다.

따라서 시장규모 축소,불합리한 유통구조등 여러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전체 영상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비디오시장에 뛰어든 것.

현대계열의 금강기획은 비디오사업 첫 작품으로 6월초 4편을 한꺼번에
내놓는다.

"비디오플러스"라는 브랜드로 출시될 작품은 한국영화 "패자부활전"을
비롯, 에로틱 스릴러 "용서받지 못할 관계 3" "몽차몽차", 액션물 "맥시멈
포스" 등.

애초 출범 시기를 올1월에서 4월로 연기했다 다시 6월로 연기하자 업계
에서는 금강기획의 비디오시장 진출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금강기획은 대우(우일 시네마트) 삼성(스타맥스 드림박스) 새한 SKC처럼
직판유통망을 구축하지 않고 전국 26개 도매상과 계약, 대리점체제로
유통망을 짰다.

이에 대해 도매상을 중심으로 영업해온 중소제작사들은 계약조건 악화
판매감소 등을 우려,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금강기획은 처음부터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우수영화의 보급이 필요한
직판영업에 나서기는 어렵다는 판단.

금강기획 비디오사업팀장인 정근현차장은 "중소제작사들과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했다"며 "밀어주기 근절, 타영업영역 침범금지등 유통질서를
바로잡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우선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개봉작 위주의 소수정예전략으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금강기획이 무리수를 두지 않는 한 꽉 짜여진 기존 시장판도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하리라는게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

제일제당은 일찌감치 영화제작및 극장업에 주력하고 대여시장에는 당분간
직접 뛰어들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여러 비디오제작사들이 "샤인" "제8요일" "비밀과 거짓말"
"인샬라" 등 제일제당이 확보하고 있는 판권에 군침을 흘렸다.

치열한 교섭끝에 제일제당과 손잡은 곳은 새한.

새한은 제일제당이 제작중인 한국영화를 포함, 영화 19편을 패키지로 계약
하고 7월에 우선 "샤인"과 "인샬라"를 선보일 예정이다.

GTV는 케이블방송 출범초기부터 영화사업부를 두고 교양물과 자체프로그램
을 셀스루로 출시, 재미를 봤다.

이어 "학생부군신위" "지상만가" 등을 제작하고 B급영화를 대폭 들여오는
등 대여시장 진출을 서둘렀다.

하지만 유통대행 계약을 맺은 보선미디어가 부도나고 모그룹인 진로가
경영 위기를 맞는 등 악재가 잇따라 대여용 비디오출시를 잠정적으로 중단한
상태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