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달 <한국노동교육원장>

우리 경제는 성장둔화 고물가 국제수지악화 등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3년간 평균 7~8%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올해엔 5.5%로 떨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총외채는 1천45억달러로 불어났고 올해 경상수지 적자도 정부의
억제목표치 1백60달러를 크게 웃도는 2백1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난국이 단순한 경기변동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근본적이고도 구조적인 문제로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총체적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있으며 바로 이점이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특히 "저효율-고비용"구조는 우리 경제를 위축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우리경제의 "저효율-고비용"구조는 고금리 고물류비 고규제 고지가
저생산성 저기술수준에 기인하고 있다.

이와 같은 구조적 요인들은 세계경제전쟁시대를 맞아 단일 요인이 아닌
통합요인으로 작용함으로써 우리경제의 체질을 허약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 경제의 체질이 허약하다는 것은 중저가제품조차도 국제시장에서
경쟁우위를 갖지 못하고 엔고등 외적요인들에 의해 흔들리고 있다는 데서
잘나타난다.

새노동법은 이와같은 우리경제의 허약한 체질을 개선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타개책의 한 수단으로 탄생했다.

새노동법은 노사의 자율성 확대와 책임의 강화, 견제와 균형관계가 유지,
노동시장의 유연화, 참여와 협력의 제도적 기반확충, 그리고 행정서비스의
공정성과 전문성 제고를 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새노동법은 40여년 묵은 낡은 노사관계 틀을 벗어버리고 21세기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부응하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새노동법은 선진국들이 모두 실패한 사회적 공론화와 여.야 합의를
통한 노동법개정을 이룩하였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하는 바가 매우
크다.

따라서 새노동법 제정은 노사관계에 이해당사자들을 100%만족시키는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는 관점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국민적 공감대 아래서 이루어졌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새로운 인식의 연장선상에서 노사는 이제 한발씩 물러서서
노동생산성 향상과 국제경쟁력회복을 위해 뛸때다.

이를 위한 방안의 하나로 첫째, ILO등 국제기관이 우리나라 새노동법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국내상습노동조합들이 적극 나서야 한다.

특히 집단적 노사관계부문이 국제노동기준에 못미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 당사자인 노동단체들이 나서서 설명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개정법에서 복수노조의 허용이란 구 노동조합법 제3조 5호 단서조항의
삭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근로자 또는 노동조합의 단결권과 선택권이 크게
향상되었음을 설명해 주어야 한다.

동시에 상급단체의 복수노조가 전면허용됨으로써 단체교섭권이
강화되었음을 주지시켜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집단적 노사관계부문에 있어서 국제노동기준에 미치지 못한
부문이 있다면 추후 노사관계 이해 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지속적으로 연구 검토되어질 것임을 이해시켜주어야 한다.

이같은 전향적인 자세는 새로운 노사관계를 창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둘째, 노동시장 유연성이 필요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산시키는
일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크게 경직돼 기업의 고용조정이 제약되고
급변하는 해외시장 여건에 기업의 대응력이 저하돼 결과적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다.

따라서 새노동법은 고용조정의 탄력성제고에 기여할 것이란 국민적
인식이 확산돼야 겠다.

또한 탄력적 근로시간제와 현재 논의중에 있는 파견근로제의 도입도
근로형태및 근로시간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실업자에
대한 광범위한 고용효과를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노사대타협선언을 통해 고비용-저효율 구조타파를 위한 국민적
전기를 만드는 일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조치로 노사가 열긴경영과 근로자 참여기회
확대를 위해 공동노력할 것을 선언하는 방안이 검토될 수 있다.

열린경영은 기업이 경영정보공유와 제도화를 통해 종업원의 창의와 참여를
극대화하여 그 성과를 노사간 협의 또는 합의로 배분하는 기업운영방식을
말한다.

기업내 최고경영자가 이와같은 열린경영을 나서서 펼칠 때 기존
노사불신은 신뢰로 전환되고 종업원들의 주인의식과 애사심이 높아져
그 결과 그들의 창의와 작업헌신도가 극대화한다.

87년 이후 우리나라 기업들은 높은 임금인상에 대처해 노동절약적인
생산방식을 늘림에 따라 우리경제의 고용창출 능력이 80년대 후반에
비해 90년대 들어서 무려 40%가 감소했다고 한다.

자동화와 경쟁의 세계화 등 기술 경영환경 변화는 산업구조조정과
감량경영의 가속화를 더욱 부채질해 심각한 제조업 공동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이처럼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기업으로 하여금 고용안정과 근로자 참여를
보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노사 양측의 태도가 모두변해야 한다.

이제 노사가 대립적 구도를 완전히 탈피, 생산적이고 협력적관계를 구축해
침체된 경제살리기에 나서야 할때이다.

새노동법시행으로 노사협상때 약간의 갈등과 반목이 예상되지만
상호신뢰와 양보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