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이 5일부터 이틀간 멕시코를 공식 방문했다.

이웃 나라지만 지난 93년 취임후 처음이다.

귀국길에 코스타리카에서 중남미 지도자들을 만나며 바베이도스에서
카리브해 연안국정상들과도 회동할 예정이다.

10월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방문도 계획되어 있다.

백악관은 연초 올해를 "라틴아메리카(남미)의 해"로 정했다.

멕시코는 클린턴 남미순방의 첫 기착지.

그러나 멕시코는 첫 방문국 이상의 의미가 있다.

"멕시코=남미"의 등식이 성립되는 미국인들의 의식구조를 보면 더욱
그렇다.

따라서 클린턴의 멕시코방문은 앞으로 미국이 대남미정책을 대외정책의
중심에 둘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클린턴행정부 남미정책의 최종목표는 현재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만으로
이뤄진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를 "알래스카에서 티에라 델 후에고(남미
최남단지역)까지"로 확장하는 FTAA(범미주자유무역협정)로 확대발전시키는
것.

지난 94년 마이애미에서 열린 남미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이다.

이런 원대한 포부를 갖고 있는 클린턴은 왜 이제야 남미를 찾을까.

여기에는 어쩔수 없는 이유가 있다.

자유무역지대확대를 골자로하는 남미정책이 미 의회의 반대로 아직 한발짝도
진척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주대륙의 맹주인 미국의 대통령이 관련국가들을 "빈손"으로 방문하기는
힘들었던 탓이다.

그러나 이제 여러조건들이 충족되고 있다.

우선 멕시코로 상징되는 남미의 경제성장이다.

미국이 이 지역에 대해 더이상 관심을 두지 않을 경우 경제적으로 손실을
볼 것이란 인식이 미국내에서 팽배해지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지난 2월 5일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중남미지역은 지구상
에서 동아시아 다음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지역이어서 더이상 등한시할 경우
미국은 낙후될 것이라고까지 경고했다.

실제 남미경제는 요즘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지난 94년말 페소화 폭락사태로 경제적 위기를 맞았던 멕시코는 95년
마이너스 성장했으나 지난해 5.1% 성장했다.

올해도 4~5% 성장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94년 2백97억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도 지금은 거의 "균형" 상태가
됐다.

경제위기때 미국에서 빌려 썼던 긴급차입금 전액을 당초 계획보다 3년 먼저
상환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멕시코와의 "국경경제"로 재미를 본 미국의 재계도 빠른 관계정상화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기업들은 자국 노동자 임금의 5분의 1도 못되는 멕시코지역의 싼
임금을 무기로 국제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멕시코측도 경제회복의 원동력을 여기서 찾는다.

싼 임금과 기술력의 결합이라는 미-멕시코 국경지역 경제는 두 지역 모두에
이득을 주는 모델 케이스로 꼽힐 정도다.

그러나 미국의 남미정책을 가로막는 장벽도 점점 커지고 있다.

마약거래와 불법이민이다.

미국인들이 혐오하고 있는 이 두 장벽은 경제교류확대와 비례해서 늘어나고
있다.

미-멕시코국경지대의 마약거래가 연간 2백20억달러로 추산되고 미국내
멕시코 불법이민자도 현재 2백70만명에 이를 정도다.

클린턴의 이번 멕시코행이 미국에 들어오는 마약과 불법이민자들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라고 압력을 가하는 의회 때문에 더이상 미룰수 없었다는
지적도 있다.

FTAA등 남미정책의 성공여부는 결국 마약문제의 해결여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미-멕시코 정상회담이나 앞으로 중남미정상등과의 연쇄적인 만남에서
마약문제의 해법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5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