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강선 <조강선비뇨기과의원(서초구 서초동) 원장>

성의학자들은 일반적으로 성반응을 흥분기 상승기 절정기 융해기의
4단계로 나눠 얘기한다.

남녀 모두 흥분기 상승기때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는 혈관이 팽창하고
충혈되는 것으로 반응은 자율신경계중 부교감신경의 지배하에 이뤄진다.

그런데 남성은 이런 반응이 음경해면체에만 국한해서 발기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여성은 전신적으로 일어나며 특히 성기주변에서 더욱 뚜렷하다.

또 질벽을 통해 액이 누출돼 아주 매끄러운 상태로 변하고 질입구로부터
3분의 1부위까지 질벽이 안쪽으로 튀어나오는 융기현상이 일어나 질이
죄어든다.

이것이 남성의 성기를 자극하는 쾌감요소로 작용한다.

흥분기 상승기때 남성은 시각이나 상상만으로 이런 성반응이 일어나
반응의 진행이 아주 빠르다.

반면 여성은 시각보다는 주로 촉각에 반응하기 때문에 훨씬 느린 편이고
따라서 충분한 전희과정이 필요하다.

한편 여성은 특정남성을 상대로하는 경우에만 성반응이 잘되는 경향을
띠지만 남성은 성적 매력을 가진 예쁜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잘 반응하는
특성이 있다.

이점에서 남성이 여성에 비해 훨씬 동물적이라 할수 있다.

아마도 남성이 성욕자체를 지배하는 남성호르몬을 여성보다 훨씬 많이
갖고 있고 여성이 남성보다도 정신적 억압요소에 민감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혈관충혈반응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 경우를 남성에서는 발기부전,
여성에서는 불감증이라 한다.

발기는 심장에서 멀리 떨어진 말초동맥혈관의 압력상승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고혈압 당뇨병 동맥경화 등의 성인병이 생기면 더불어 발기부전이
일어나기 쉽다.

그러나 여성의 충혈반응은 전신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이런 질환으로는
불감증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또 질막의 윤활화가 덜돼서 생기는 불감증도 흔치 않으며 대부분은 심한
정신적 억압이 원인일 확률이 높다.

남성의 발기는 외관상 표시가 분명하고 성행위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에
발기부전이 일어나면 심리적으로 큰 상처를 입는다.

하지만 여성의 불감증은 별로 표시가 나지 않아 심리적인 타격이 훨씬
적다.

절정기의 생리적 현상은 흥분기 상승기때의 충혈반응과 연속된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독립적이다.

남성의 사정반사와 여성의 극치감반사는 교감신경계에 의해 지배되며
남성의 요도주변근육과 여성의 골반근육전체가 반사적이고 율동적인
수축현상을 일으킨다.

절정기를 지나 근육이 이완되는 융해기를 맞는데 절정감을 못느낀
여성들은 골반전체에 피가 뭉치는 울혈상태가 쉽게 해소되지 않아 성교
다음날 빈뇨증과 왠지모를 불쾌감을 호소하게 된다.

절정기에서 사정반사의 억제가 쉽지 않아 나타나는 것이 조루증이고
그 반대가 지루증으로 여성의 극치감부전에 해당하다.

불감증은 충혈반응이 일어나지 않아 성교자체가 어렵고, 극치감부전은
충혈반응은 제대로 일어나지만 성절정감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불감증은
정신적 억압이 극치감부전에 비해 훨씬 심한 상태라 볼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