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인터뷰] 박홍 <서강대 명예총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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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법개정 문제로 노사가 심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또 ''한보사태''라는 거센 회오리는 온나라를 뒤숭숭하게 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에 더해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과 이한영씨 피살사건이 겹치고
그 과정에서 고정간첩 암약설까지 터져나와 안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같은 시점에서 ''소신있는 발언''을 거침없이 해온 박홍 서강대명예총장
(56)은 최근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나섰다.
그는 "퇴물인 공산주의 사상을 신봉하는 학생운동 지도자들이 많아
걱정스럽다"며 "이에 대응해 사상적 항체를 키우는 것이 안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시국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화해의 시기"라며 "노사간, 정치인간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년간 총장 임기를 마치고 평교수로 돌아온 그를 마침 그의 생일인 지난달
27일 오전 서강대 사제관에서 만나 시국평을 들어봤다.
[ 대담 : 정용배 사회부차장대우 ]
=======================================================================
-최근 안보제일주의를 국가정책의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하셨는데 그 배경이 무엇입니까.
"현재 한반도는 탈냉전시대가 아니라 여전히 냉전시대입니다.
사상대결의 장소입니다.
안보의식이 절실한데 현실적으로는 엄청나게 해이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마치 새로운 균이 계속 생겨나는 것과 같습니다.
언어적 표현을 빌리자면 주체사상, NL(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
PD(민중민주주의 혁명)같은 저질 공산주의가 만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50년동안 공산주의를 신봉해 왔지만 빵, 자유(인간소외)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인간을 하향평준화시켰습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종주국인 구소련 동유럽 등에서도 폐기처분할 정도로
퇴물사상입니다.
그러나 북한만 우리식 사회주의를 한다며 광신도 집단처럼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 사회주의 제도를 바꾸든지 망하든지 양자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막다른 상황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남한에 있습니다.
남한내 친북세력들은 남한을 적화시키겠다는 사상적 땅굴을 파놓고
있습니다.
그 사상은 선을 가장한 악의 사상입니다.
학생운동세력들이 이런 퇴물사상을 구원이나 되는 것처럼 수용해서 계급
투쟁을 통한 폭력혁명으로 우리식 사회주의를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기성세대와 선의의 침묵하는 다수는 이를 틀렸다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입니다.
문둥병자는 사랑해야 하지만 그 균까지 사랑해선 안됩니다.
균의 정체를 명확히 알고 퇴치시켜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선 것입니다"
-그러면 이를 위한 처방은 무엇입니까.
"근원적인 사고가 바뀌어야 합니다.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틀린 것을 지적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친북용공세력은 또 나옵니다.
이 투쟁결의문 좀 보십시오.(5기 한총련 투쟁결의문을 들어보이며)
눈에 보이지 않으나 친북세력은 굉장히 많습니다.
양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학생이 많지만 민주화투쟁 도중 편승해 들어온
친북세력들이 지하대학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젊은이 종교인 등이 꿀을 바른 독(poison with honey)에서 독은 못보고
꿀만 보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사상적 항체가 있어야 합니다.
균의 정체를 명확히 아는 항체가 있어야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기성세대들이 옳은 일을 위해 연대를 맺고 잘못한 것을 지적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자체가 사상적 항체입니다.
정부를 의지하기에는 정부의 힘이 너무 약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체사상 이론을 체계화한 황장엽 노동당국제담당비서의 망명을 어떻게
보시는지.
또 앞으로 학생운동은 어떻게 전개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황비서가 주체사상의 주역인지는 모르겠지만 핵심적인 인물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아마 황비서는 북한 한복판에서 공산주의를 해보면서 이 사상이 얼마나
모순됐는가를 스스로 경험하면서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황비서가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공산주의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직접
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남한의 친북세력들이 찬물 마시고 마음 돌리도록 영향을 줄 수
있겠죠.
왜 망명을 했는지, 공산주의의 고민이 뭔지, 대남적화전술이 뭔지를
들으면 남한의 친북세력들이 상당히 당황할 겁니다"
-통일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통일은 민족화합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지상과제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계급투쟁을 통한 적화통일 이론이 노동계 학생 종교 및
재야단체의 민주화.인권운동에 "편승"해 들어와서 유혹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말려들면 안됩니다.
통일문제에 있어서 조심해야 할게 세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민족주의를 부르짖으면서 계급투쟁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것은 공산주의를 하자는 것이죠.
시대마다 인간사회에는 갈등과 고민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움을 가지고 인간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사유재산을 폐지하고
공유화한다는 식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둘째 민주화시대는 다양하기 때문에 남북대화 창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친북세력들의 주장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들은 다양화를 주장하면서 남한 정부와 법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문화사회주의 문화공산주의를 조심해야 합니다.
계급투쟁과 빨치산 운동을 미화시키는 문학작품 음악 등이 민중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모호성과 논리의 이중성을 접합해 가치를 변증법적으로 전도시키고
있습니다.
용어혼란 전술입니다.
겉은 그럴싸하지만 안은 다릅니다.
사상의 오류는 행동의 오류를 가져옵니다.
이 세가지를 조심하면서 통일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노동법 개정 문제로 노.사.정이 몸살을 앓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지금 한국은 세계화 개방화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와 퇴폐향락 소비문화가
판치는 졸부병에 걸렸습니다.
문호를 개방하되 이러한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노동자 학생 정치인 기업인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세계화 도전앞에 우리는 생산과 분배에 모두 참여해야 합니다.
이게 정의입니다.
분배에만 참여하려고 하면 도둑입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권리가 신장되고 존중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권리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책임을 빼버리면 집단이기주의에 빠집니다.
가난한자 소외된자들을 위한다고 주장하면서 자기 동네에 그들을 위한
복지센터 등 시설이 들어오면 안된다고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게
요즘입니다.
한손으로는 만들면서 한손으로 부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노동문제는 인간문제의 핵심입니다.
노동없이 자본없고 자본없이는 노동도 없습니다.
노동과 자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호의존 관계입니다.
우리는 지금 노동과 자본의 투쟁, 대결,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기업측이 공동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서로 책임은 회피하고 권리만 주장하면 전쟁이 되고 다 파괴됩니다.
노동법에는 전체의 합법적 이익인 공동선이 들어가야 합니다.
공동선을 기준으로 할 때 기업도 살고 노동자도 삽니다.
이제는 노동과 자본의 화해의 시기입니다"
-노동자측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노동자와 사용자는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원초적인 긴장, 딜레마가
있는데 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바꾸기 위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최후의 무기입니다.
이를 남용.악용했을 때는 노동자 자신에게 큰 피해가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산에 참여하면서 분배를 요구해야 하지요.
노동에는 물성과 정신성이 있습니다.
물성은 노동을 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는 것입니다.
정신성은 인간이 노동하면서 인간답게 되는 노동의 가치입니다.
현재 노동의 정신성이 타락해 있습니다.
이 둘을 고루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물성, 즉 임금에만 집착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안됩니다.
또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들이 삽니다.
보트위에서 노동자와 사측이 싸우다가는 배가 전복되고 맙니다.
대결을 피하고 공존의 길을 찾아야 되지요"
-사측으로서도 책임이 있을텐데요.
"기업주들은 자본보다 노동을 중요시해야 합니다.
즉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생명없는 제품은 아끼면서 생명이 있는 노동자를 물건취급해서는 안되지요.
사람을 물건취급하면 균이 생기는 풍토가 조성됩니다.
여기에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붙게 됩니다.
그동안 경제개발을 하느라고 정부가 노사문제에 깊이 개입했었습니다.
기업들은 노사문제에 노하우가 없었지요.
또 이번 기회는 정부가 중재자로서 위치를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보문제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습니다.
왜 이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보십니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한보사태는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표본입니다.
그 엄청난 돈은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가야 합니다.
엄청난 학비를 대고 배운다고 생각해야죠.
정부와 업계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한보사건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정치인중 돈문제에 걸려들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여야 누구나 걸려들게 마련입니다.
정치자금법이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정치자금법을 고쳐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맡기지 말고 제3자나 전문가들이 공동선을 위해 만들어야
합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중심 사상이 있다면.
"이제는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는 시기입니다.
환경 물 공기 등이 죽어가면 인간은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가 됩니다.
인간은 자연의 생명을 존중해야 합니다.
또 인간과 인간이 화해해야 합니다.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 계급투쟁을 통한 좌경폭력 혁명사상 등은 허황된
것으로 증명이 됐습니다.
인간은 지배와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죽은 사람과 화해하기 위해 굿을 하거나 제사를 지내는 등의
전통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과도 화해를 하는데 산 사람과 화해를 못할 이유가 없지요.
노사 화합도 인간과 인간의 화해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생명의 존엄성 가치, 즉
생명가치가 존중돼야 합니다.
물질과 인간, 과학기술과 생명가치등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않는 공동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최근 우리 국민들에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아버지의 존재가 축소되는
등 잘못된 부정적 가치가 많이 내면화돼 있습니다.
인간은 내면화된게 밖으로 나오게 마련입니다.
행동양식 뒤에 사고양식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사람에게 "정신차려라"
"정신나갔다"고 하는 우리말이 있는 것 아닙니까.
마음은 물과 같습니다.
얼음이 되기도 하고 찬물도 되고 뜨거운 물도 됩니다.
마음이 근원적으로 잘못된 무질서에 애착하면 생명가치를 무시하고 폭력을
휘두릅니다.
마음의 치료는 뿌리차원의 치료입니다.
공동선의 성찰을 통해 문제를 새로운 태도로 보아야 합니다"
-8년간 맡은 총장을 그만둔 소감은.
"총장으로 있을 때 대학은 커다란 갈등기였습니다.
나름대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학생 교수 직원 학부형 등 모두 권리만 주장했습니다.
3년전에 주사파를 얘기했을 때 말도 많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평화적으로 마치고 바통을 넘겨주니 홀가분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지성인들의 인성교육에 노력할 겁니다.
"남과 함께 남을 위해서"사는 사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교육대통령을 자처하면서 GNP대비 5%를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인성교육에는 0.1%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과학교육도 중요하지만 남과 사는 교육, 공동선 교육, 통일대비 교육은
더욱 중요한데 이에 대한 아무런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평교수외에 공동선생명문화연구소, 공동체의식개혁, 인성교육을 위한
교육자 모임 등에서 이런 활동들을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 정리=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
이때문에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또 ''한보사태''라는 거센 회오리는 온나라를 뒤숭숭하게 했을 뿐 아니라
국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이에 더해 황장엽 북한노동당비서의 망명과 이한영씨 피살사건이 겹치고
그 과정에서 고정간첩 암약설까지 터져나와 안보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높다.
이같은 시점에서 ''소신있는 발언''을 거침없이 해온 박홍 서강대명예총장
(56)은 최근 "안보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의를 환기시키고 나섰다.
그는 "퇴물인 공산주의 사상을 신봉하는 학생운동 지도자들이 많아
걱정스럽다"며 "이에 대응해 사상적 항체를 키우는 것이 안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시국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화해의 시기"라며 "노사간, 정치인간
공동선을 추구하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8년간 총장 임기를 마치고 평교수로 돌아온 그를 마침 그의 생일인 지난달
27일 오전 서강대 사제관에서 만나 시국평을 들어봤다.
[ 대담 : 정용배 사회부차장대우 ]
=======================================================================
-최근 안보제일주의를 국가정책의 우선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하셨는데 그 배경이 무엇입니까.
"현재 한반도는 탈냉전시대가 아니라 여전히 냉전시대입니다.
사상대결의 장소입니다.
안보의식이 절실한데 현실적으로는 엄청나게 해이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마치 새로운 균이 계속 생겨나는 것과 같습니다.
언어적 표현을 빌리자면 주체사상, NL(민족해방 민중민주주의 혁명),
PD(민중민주주의 혁명)같은 저질 공산주의가 만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50년동안 공산주의를 신봉해 왔지만 빵, 자유(인간소외)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인간을 하향평준화시켰습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종주국인 구소련 동유럽 등에서도 폐기처분할 정도로
퇴물사상입니다.
그러나 북한만 우리식 사회주의를 한다며 광신도 집단처럼 마지막 발악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제 사회주의 제도를 바꾸든지 망하든지 양자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막다른 상황입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남한에 있습니다.
남한내 친북세력들은 남한을 적화시키겠다는 사상적 땅굴을 파놓고
있습니다.
그 사상은 선을 가장한 악의 사상입니다.
학생운동세력들이 이런 퇴물사상을 구원이나 되는 것처럼 수용해서 계급
투쟁을 통한 폭력혁명으로 우리식 사회주의를 만들겠다고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습니다.
이에대해 기성세대와 선의의 침묵하는 다수는 이를 틀렸다 말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입을 다물고 있는 것입니다.
문둥병자는 사랑해야 하지만 그 균까지 사랑해선 안됩니다.
균의 정체를 명확히 알고 퇴치시켜야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선 것입니다"
-그러면 이를 위한 처방은 무엇입니까.
"근원적인 사고가 바뀌어야 합니다.
사랑과 애정을 가지고 틀린 것을 지적하고 대응해야 합니다.
친북용공세력은 또 나옵니다.
이 투쟁결의문 좀 보십시오.(5기 한총련 투쟁결의문을 들어보이며)
눈에 보이지 않으나 친북세력은 굉장히 많습니다.
양적으로는 그렇지 않은 학생이 많지만 민주화투쟁 도중 편승해 들어온
친북세력들이 지하대학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젊은이 종교인 등이 꿀을 바른 독(poison with honey)에서 독은 못보고
꿀만 보고 있습니다.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사상적 항체가 있어야 합니다.
균의 정체를 명확히 아는 항체가 있어야 병에 걸리지 않습니다.
기성세대들이 옳은 일을 위해 연대를 맺고 잘못한 것을 지적해야 합니다.
이러한 노력자체가 사상적 항체입니다.
정부를 의지하기에는 정부의 힘이 너무 약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체사상 이론을 체계화한 황장엽 노동당국제담당비서의 망명을 어떻게
보시는지.
또 앞으로 학생운동은 어떻게 전개되리라고 생각하십니까.
"황비서가 주체사상의 주역인지는 모르겠지만 핵심적인 인물인 것만은
사실입니다.
아마 황비서는 북한 한복판에서 공산주의를 해보면서 이 사상이 얼마나
모순됐는가를 스스로 경험하면서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황비서가 우리나라에 들어온다면 공산주의가 얼마나 나쁜 것인지 직접
들어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러면 남한의 친북세력들이 찬물 마시고 마음 돌리도록 영향을 줄 수
있겠죠.
왜 망명을 했는지, 공산주의의 고민이 뭔지, 대남적화전술이 뭔지를
들으면 남한의 친북세력들이 상당히 당황할 겁니다"
-통일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합니까.
"통일은 민족화합과 동질성 회복을 위한 지상과제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계급투쟁을 통한 적화통일 이론이 노동계 학생 종교 및
재야단체의 민주화.인권운동에 "편승"해 들어와서 유혹을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말려들면 안됩니다.
통일문제에 있어서 조심해야 할게 세가지 있습니다.
첫째는 민족주의를 부르짖으면서 계급투쟁을 시도하고 있는 것에 유의해야
합니다.
이것은 공산주의를 하자는 것이죠.
시대마다 인간사회에는 갈등과 고민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움을 가지고 인간소외를 극복하기 위해 사유재산을 폐지하고
공유화한다는 식의 사상을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됩니다.
둘째 민주화시대는 다양하기 때문에 남북대화 창구를 다양화해야 한다는
친북세력들의 주장을 경계해야 합니다.
이들은 다양화를 주장하면서 남한 정부와 법은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북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습니다.
셋째로 문화사회주의 문화공산주의를 조심해야 합니다.
계급투쟁과 빨치산 운동을 미화시키는 문학작품 음악 등이 민중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모호성과 논리의 이중성을 접합해 가치를 변증법적으로 전도시키고
있습니다.
용어혼란 전술입니다.
겉은 그럴싸하지만 안은 다릅니다.
사상의 오류는 행동의 오류를 가져옵니다.
이 세가지를 조심하면서 통일문제를 풀어가야 합니다"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노동법 개정 문제로 노.사.정이 몸살을 앓습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까요.
"지금 한국은 세계화 개방화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돈만 있으면 다 된다는 천민자본주의와 퇴폐향락 소비문화가
판치는 졸부병에 걸렸습니다.
문호를 개방하되 이러한 것을 경계해야 합니다.
노동자 학생 정치인 기업인 모두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세계화 도전앞에 우리는 생산과 분배에 모두 참여해야 합니다.
이게 정의입니다.
분배에만 참여하려고 하면 도둑입니다.
민주화 과정에서 권리가 신장되고 존중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권리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책임을 빼버리면 집단이기주의에 빠집니다.
가난한자 소외된자들을 위한다고 주장하면서 자기 동네에 그들을 위한
복지센터 등 시설이 들어오면 안된다고 하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게
요즘입니다.
한손으로는 만들면서 한손으로 부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경험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이러한 "집단사고의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노동문제는 인간문제의 핵심입니다.
노동없이 자본없고 자본없이는 노동도 없습니다.
노동과 자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상호의존 관계입니다.
우리는 지금 노동과 자본의 투쟁, 대결,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를 풀기 위해서는 노동자와 기업측이 공동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서로 책임은 회피하고 권리만 주장하면 전쟁이 되고 다 파괴됩니다.
노동법에는 전체의 합법적 이익인 공동선이 들어가야 합니다.
공동선을 기준으로 할 때 기업도 살고 노동자도 삽니다.
이제는 노동과 자본의 화해의 시기입니다"
-노동자측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노동자와 사용자는 자기 이익만 챙기려는 원초적인 긴장, 딜레마가
있는데 이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바꾸기 위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파업은 노동자의 권리이지만 최후의 무기입니다.
이를 남용.악용했을 때는 노동자 자신에게 큰 피해가 온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생산에 참여하면서 분배를 요구해야 하지요.
노동에는 물성과 정신성이 있습니다.
물성은 노동을 하고 정당한 임금을 받는 것입니다.
정신성은 인간이 노동하면서 인간답게 되는 노동의 가치입니다.
현재 노동의 정신성이 타락해 있습니다.
이 둘을 고루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물성, 즉 임금에만 집착하면서 노동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풍토가 조성되면
안됩니다.
또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들이 삽니다.
보트위에서 노동자와 사측이 싸우다가는 배가 전복되고 맙니다.
대결을 피하고 공존의 길을 찾아야 되지요"
-사측으로서도 책임이 있을텐데요.
"기업주들은 자본보다 노동을 중요시해야 합니다.
즉 사람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생명없는 제품은 아끼면서 생명이 있는 노동자를 물건취급해서는 안되지요.
사람을 물건취급하면 균이 생기는 풍토가 조성됩니다.
여기에 마르크스-레닌주의가 붙게 됩니다.
그동안 경제개발을 하느라고 정부가 노사문제에 깊이 개입했었습니다.
기업들은 노사문제에 노하우가 없었지요.
또 이번 기회는 정부가 중재자로서 위치를 정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한보문제로 대통령이 국민에게 사과까지 했습니다.
왜 이지경까지 이르렀다고 보십니까.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어떻게 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한보사태는 정경유착 부정부패의 표본입니다.
그 엄청난 돈은 결국 국민 세금에서 나가야 합니다.
엄청난 학비를 대고 배운다고 생각해야죠.
정부와 업계는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한보사건을 큰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치인들이 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정치인중 돈문제에 걸려들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여야 누구나 걸려들게 마련입니다.
정치자금법이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정치자금법을 고쳐야 합니다.
국회의원들에게 맡기지 말고 제3자나 전문가들이 공동선을 위해 만들어야
합니다"
-이 시대에 필요한 중심 사상이 있다면.
"이제는 인간과 자연이 화해하는 시기입니다.
환경 물 공기 등이 죽어가면 인간은 가해자임과 동시에 피해자가 됩니다.
인간은 자연의 생명을 존중해야 합니다.
또 인간과 인간이 화해해야 합니다.
인간이 만든 이데올로기, 계급투쟁을 통한 좌경폭력 혁명사상 등은 허황된
것으로 증명이 됐습니다.
인간은 지배와 착취의 대상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대상이라는 것을
배워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죽은 사람과 화해하기 위해 굿을 하거나 제사를 지내는 등의
전통이 있습니다.
죽은 사람과도 화해를 하는데 산 사람과 화해를 못할 이유가 없지요.
노사 화합도 인간과 인간의 화해입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문제를 풀려고 한다면 생명의 존엄성 가치, 즉
생명가치가 존중돼야 합니다.
물질과 인간, 과학기술과 생명가치등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않는 공동선을
추구해야 합니다.
최근 우리 국민들에겐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고 아버지의 존재가 축소되는
등 잘못된 부정적 가치가 많이 내면화돼 있습니다.
인간은 내면화된게 밖으로 나오게 마련입니다.
행동양식 뒤에 사고양식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사람에게 "정신차려라"
"정신나갔다"고 하는 우리말이 있는 것 아닙니까.
마음은 물과 같습니다.
얼음이 되기도 하고 찬물도 되고 뜨거운 물도 됩니다.
마음이 근원적으로 잘못된 무질서에 애착하면 생명가치를 무시하고 폭력을
휘두릅니다.
마음의 치료는 뿌리차원의 치료입니다.
공동선의 성찰을 통해 문제를 새로운 태도로 보아야 합니다"
-8년간 맡은 총장을 그만둔 소감은.
"총장으로 있을 때 대학은 커다란 갈등기였습니다.
나름대로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람도 있었습니다.
학생 교수 직원 학부형 등 모두 권리만 주장했습니다.
3년전에 주사파를 얘기했을 때 말도 많았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을 평화적으로 마치고 바통을 넘겨주니 홀가분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앞으로 지성인들의 인성교육에 노력할 겁니다.
"남과 함께 남을 위해서"사는 사람을 만들어야 합니다.
김영삼 대통령이 교육대통령을 자처하면서 GNP대비 5%를 교육에
투자하겠다고 한 것은 참으로 잘한 일입니다.
그러나 인성교육에는 0.1%도 투자하지 않았습니다.
과학교육도 중요하지만 남과 사는 교육, 공동선 교육, 통일대비 교육은
더욱 중요한데 이에 대한 아무런 커리큘럼이나 프로그램이 없습니다.
평교수외에 공동선생명문화연구소, 공동체의식개혁, 인성교육을 위한
교육자 모임 등에서 이런 활동들을 전개해 나갈 계획입니다"
< 정리=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