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이고 땅을 파고 들어가 지하층을 만드는 것이 보편화되고 있다.
과거엔 지하공간을 주차장이나 창고 보일러실 등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상업용이나 주거공간으로도 활용하기에 이르렀다.
이같은 추세를 반영, 우리 건축법엔 "반지하"라는 주거 공간이 명시되어
있다.
다세대나 다가구 등 집단 주거용도의 건축물에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반지하"가 버젓이 주택공간으로 인정받아버린 것이다.
건축기술이 발달하여 지하공간도 쾌적한 주거용도로 만든다고 하지만
반지하에 거주하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많다.
우선 지하층은 지표보다 아래에 있기 때문에 지표면에 흐르는 물이나
지하수를 모으는 웅덩이역할을 하기에 항시 습기가 차기 쉽다.
또 통풍이 잘 안되기 때문에 곰팡이나 세균 등이 쉽게 번식한다.
이와함께 채광도 어려워 위생상 문제를 안고 있는 공간이다.
특히 지하공간은 땅아래에 있기에 공기보다 무거운 해로운 가스가 차기
쉽고 음기가 고이게 되어 있다.
지하 공간을 주간에 활용하는 것은 그래도 괜찮지만 잠을 자는
주거공간으로 쓴다면 아무리 환기나 채광에 신경을 써 만들었더라도
건강에 좋을리 없다.
우리 고유의 주택건축은 땅위에 주춧돌을 놓고 그위에 나무기둥을 세워
건축하였다.
그렇기에 마루가 땅위에 2자(60cm)나 3자(90cm)위에 있고 마루에 연이어
안방이나 건넌방이 있어 주택은 적어도 땅위 60~90cm 높이에 지었던
것이다.
이러한 주택건축방식은 야간에 지표면으로 내려오는 해로운 기운(음기)을
피하고 원활한 통풍과 양기를 마음껏 받아들일 수 있는 과학적인
방식이었다.
풍수에서는 주거지를 살아있는 사람이 사는 양택과 죽은자의 음택
(묘지)으로 구분한다.
양택은 살아있는 사람이 땅위에서 신선한 공기와 햇빛을 받고 사는
집이다.
반지하는 건축법에 땅속으로 5자(1.5m)이상 깊이로 내려파야 한다고
되어있다.
묘하게 이 깊이는 풍수에서 말하는 음택의 깊이인 땅속 5자 깊이와 같다.
결국 산 사람이 알게 모르게 묘지의 깊이에서 사는 결과가 되는 것이다.
이렇듯 건물을 지을때 반지하라는 주거공간을 없애고 지하 1.5m를
지표면으로 올리든지 아예 위로 한층을 더 짓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1만달러시대를 넘어 선진국 대열로 들어서고 있다.
아무리 주택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국가에서 "반지하"라는 주거공간을
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처럼 알아서 살라는 무책임한 행정은 분명 고쳐져야 한다.
그리고 주택정책은 건설교통부나 내무부에서만 관장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건강복지를 책임지는 보건복지부도 음식물 등 미시적인
위생행정에만 국한하지 말고 거시적으로 국민건강의 근본을 가름하는
주택정책에 관여해야 할 것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0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