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화된 가상세계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자기증식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강조해온 정보혁명의 밝은 면
뿐만 아니라 또다른 측면인 야누스의 추한 얼굴에 대해서도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정보혁명으로 인해 구체적인 현실로 대두된 가상세계(Cyberspace)가
몰고올 충격을 문명비평의 입장에서 다룬 "사이버스페이스 전쟁"
(마크 슬로카저 김인환역 한국경제신문사간)이 출간됐다.

95년 미국에서 출판된 "두 세계간의 전쟁"(원제: War of The Worlds)을
번역한 이책의 테마는 현실세계(Real Life)와 가상세계(Virtual Reality)
간의 싸움.

원서의 부제 "현실세계에 대한 가상세계와 하이테크기술의 공격"
(Cyberspace and the High-Tech Assault on Reality)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가상세계에 의한 현실대체의 관점에서 정보혁명이 초래할 어두운 면을
하나씩 조망해내고 있다.

역자는 서문을 통해 이책은 정보혁명이 완성된 뒤 인간사회가 개개인의
정체성이 사라진 히틀러식 집단주의나 광신주의에 빠져들거나, 조지 오웰의
소설"1984"의 빅브라더같은 일률적인 통제시스템에 지배될지 모른다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미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에서 문학과 문화를 강의하는 저자는 현실은
죽음이다(사이버스페이스의 정신), 정신분열증 초기(정체성에 대한 공격),
가상세계(장소에 대한 공격), 벌집으로 가는 고속도로(공동체에 대한 공격),
환상공화국(현실에 대한 공격)등 총6장에 걸쳐 가상세계의 문제점을 차례로
파헤치면서 이에 대한 경쟁적이고 맹목적인 투자를 비판하고 있다.

현재의 정보혁명은 풍부한 정보와 무한한 상상력을 제공하는 대가로
인간생활을 물리적세계에서 가상세계로 끌어가고 있다는 게 저자의
기본인식이다.

저자가 이속에서 제기하는 물음은 전자적 유토피아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이냐는 것.

동시에 종교나 인종 계층 교육정도에 관계없이 5,000달러짜리 컴퓨터만
소유하면 그것이 제공하는 공상속에서 모든 현실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즉 사이버스페이스가 우리가 알고있는 세계를 빼앗아 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가상세계로 사라져 가상의 숲을 헤매는 순간 진짜 숲이
불타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는 것.

저자는 "인간의 발달은 인간을 동료와의 관계로부터 점점 더 멀리 떼놓고
있으며,이는 인간이 살아있는것보다 죽은것들과 함께 하도록 운명짓는
듯하다"며 현재 우리는 사이버세계에 들어설 것인지, 아니면 실제세계에
남아있을 것인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밝히고 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