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년 로버트 포겔과 함께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 워싱턴대
(세인트루이스) 더글러스 노스 교수의 "제도.제도변화.경제적 성과
(원제 : Institutions, Institutional Change, and Economic Performance)"
(한국경제연구원 간 이병기 역)가 번역돼 나왔다.

대표적인 신제도주의 경제학자인 노스교수가 90년 펴낸 "제도.제도변화.
경제적 성과"는 제도와 제도변화가 경제의 성공은 물론 침체및 쇠퇴와
어떻게 관련되는가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제도경제학에 대한 인식의 틀을
넓힌 역저로 꼽힌다.

이 책은 특히 계량경제학 일변도였던 국내 경제학계가 최근 제도경제학에
대한 관심의 폭을 넓히려는 시점에서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기존의 수평적인 경제사 연구에서 벗어나 제도변화와 연관되는 경제이론을
펼치는 저자는 장기간에 걸친 경제성과의 차이는 궁극적으로 사회의 제도가
발전하는 양식에 영향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서로 다른 정치.경제적 제도와 그 발전과정의 차이가 장기적으로는 상이한
경제성과를 낳는다는 것.

따라서 저자는 경제성과에 대한 제도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거나, 인정
하더라도 이론단계에서 이를 배제하는 현행의 주류경제이론과 계량경제사를
비판한다.

무차별적으로 제공되는 정보와 이를 바탕으로 모든 사람이 부를 극대화
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신고전파 경제학의 합리적 기대가설이
현실경제에서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또 주어진 여건(제도)속에서 각자가 최대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협력
한다는 게임이론도 복잡한 인간행동을 지나치게 단순한 가정을 통해
분석하려는 실수를 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노스교수는 특정제도의 제약아래 경제이론을 전개해온 주류
경제학의 흐름과 달리 그 제도적 제약이 경제상황과 관련돼 어떻게 변화
하는가에 초점을 맞춰 이론을 정립하고 있다.

총 3부로 구성된 "제도.제도변화.경제적 성과"를 통해 저자는 이같은
제도이론을 체계적으로 전개한다.

1부 제도에서는 제도의 기본 역할,현재 사용중인 행동가설에 대한 비판적
검토, 교환에서 발생하는 비용의 함축성에 대한 설명에 이어 제도, 거래
비용및 전환(생산) 비용간의 관계를 언급했다.

2부에서는 제도변화에 관한 분석의 틀을 제시하기 위해 구체적인 변화
경로를 설명했다.

3부에서는 제도와 제도변화의 양식을 경제적 성과와 관련시켜 분석했다.

제도분석을 한 시점의 경제와 장기적 성과라는 양측면에서 조명한뒤
근대적 경제성장을 이룩한 서구사회의 동태적 제도변화를 다룬 것.

이 과정을 통해 저자는 기술적 요소와 함께 제도가 거래및 전환(생산)
비용을 결정함으로써 경제성과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설명한뒤 제도분석을
경제사에 통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수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