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 쌍용투자증권 사장 >

뉴튼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했을 때 당시 사람들은 이것이 인류의
운명을 바꿔 놓을 혁명적인 발견이라고 생각했을까.

"경제성장, 스태그플레이션, 그리고 사회의 경색"이라는 부제가 붙은
올슨의 "국가의 흥망성쇠" (원제 : The Rise and Decline of Nations)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이런 것이었다.

사실 뉴튼의 업적은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사실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진리란 사과가 떨어지는 것같이 평범한 상식속에 있다는 것을 일깨운
점이다.

그런 점에서 올슨과 뉴튼은 서로 닮았다.

진리란 복잡한 형이상학이나 이해하기 힘든 수학공식이 아니라 우리가
나누는 일상적인 이야기임을 알려준다.

과학자의 임무는 진공상태에서 깃털과 쇳덩어리의 동시 낙하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공기 저항을 받는 현실세계의 여러 불균형이 이들의 하락속도를
어떻게 바꾸는가를 밝혀내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점에서도 그렇다.

이 책의 주제는 단순하다.

사람들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이어서 공공재를
제공하는 조직이나 단체는 그 필요성이 느껴진 한참뒤에야 만들어진다.

그러나 한번 만들어진 조직은 그 구성원의 이해와 연관되기 때문에
필요성이 없어진 후에도 쉽게 소멸되지 않는다.

따라서 안정되고 역사가 오랜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더욱 많은
조직을 가지게 된다.

올슨은 책에서 자연세계와 마찬가지로 사회에도 관성이나 기성조직의
저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통해 스태그플레이션에서 국가의 정치 경제적
운명에 이르는 복잡한 경제문제를 설명했다.

보다 실제적으로는 세계화나 조직의 개편,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이론의
틀을 제시하고 이후 부딪치게 되는 어려움이 어디서 기인하는지와 그 극복을
위한 단서를 제시하고 있다.

적지 않은 감명을 준 두 측면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