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적 신흥시장인 중미 엘살바도르에 진출한 (주)대우의 봉제공장.

대우가 북미시장 전초기지로 삼기 위해 지난 94년 6백만달러를 들여
세운 이 공장은 최근 생산라인을 2배로 증설했다.

또 현지 채용인력도 현재의 2배 수준인 1천2백명으로 늘리기 위해
직원모집공고를 냈다.

"공장가동 1년만에 당초 기대이상으로 수주물량이 크게 늘어나 기존
생산능력으로는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김성철현지법인장)가
됐기때문이다.

이에따라 이 공장의 매출액은 작년의 4백만달러에서 올해는
1천6백만달러로 4배이상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국내기업들중에는 이처럼 이미 진출해 있는 해외 현지공장의
설비를 확장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해외투자 형태가 종전의 신규진출시대에서 설비확장시대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기업들이 해외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 노사분규와
인건비상승 등 경영환경이 극히 악화됐던 80년대 중반부터이니 약 10년만에
생겨난 변화인 셈이다.

이같은 변화의 배경은 두가지 요인으로 설명된다.

첫째는 그동안 진행돼온 해외투자사업들에서 지역별로 성패의 판가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외진출 초기에는 무작정 해외생산거점을 확보하고 보는 식의 무모한
투자도 많았으나 이제는 성공가능성이 높은 지역에 자원을 집중하는
투자패턴이 나타나고 있다"고 업계관계자는 설명한다.

이와함께 국내기업들이 "나갈만한데는 웬만큼 다 나가 있는"현실도
해외투자의 무게가 신규진출보다는 설비확장 쪽에 쏠리게 한다.

작년말 현재 국내기업의 해외현지공장이 3천5백여개에 달하고 있는게
이를 반증한다.

한국기업의 투자진출대상국을 많이 잡아 2백개라 쳐도 한 나라에 평균
16개공장이 세워진 셈이다.

이런 배경에서 시작된 설비확장투자가 가장 활발한 업종은 전자업종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이달말 스페인 바르셀로나 공장에 연산 20만대 규모의
TVCR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 공장은 지난 89년 설립돼 연간 72만대의 VCR을 생산, 유럽시장에
공급해 왔는데 최근 유럽내 TV-VCR 일체형 제품의 수요가 급증하자
생산능력을 확충키로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88년부터 하나 둘 진출해온 멕시코내의 컬러TV
브라운관 등 가전제품 생산설비도 올연초 복합단지로 이전한 것을 계기로
2000년까지 설비증설을 추진키로 했다.

LG전자도 인도네시아의 복합생산기지에 대해 올해부터 2000년까지 증설에
나선다.

이에따라 칼라TV의 경우는 30만대에서 1백만대로 냉장고는 10만대에서
20만대로, CPT 및 CDT는 3백만개에서 6백만개로 늘어나게 된다.

대우전자는 작년말 영국 VCR공장의 생산능력을 연산 60만대에서
1백만대로 늘린데 이어 올 연초에는 멕시코 종합가전단지의 칼라TV
생산라인을 1백만대에서 3백만대로, 프랑스의 전자렌지공장 생산라인을
60만대에서 2백만대로 대폭 증설했다.

대우는 이에 그치지 않고 연내에 프랑스 칼라TV공장의 생산규모를
현재의 60만대에서 80만대로, 폴란드 칼라TV공장은 40만대에서 60만대로
각각 20만대씩 늘릴 계획이다.

또 미얀마에서는 각각 15만대인 칼라TV와 VCR의 생산능력을 20만대로
늘리고 중국 천진의 전자렌지 공장도 연산 40만대에서 60만대로 확장키로
했다.

이중 천진의 전자렌지 공장은 2000년까지 1백만대 생산체제를 갖춘다는
구상이다.

자동차분야에서는 유일하게 해외공장을 운영중인 대우자동차가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공장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도공장의 경우 연산 2만5천대 규모이던 것을 올연초 6만대로 확충했고
98년까지는 10만대로 늘리기로 했다.

또 연산 3천대의 에스페로를 생산중인 인도네시아공장도 올 상반기중
연산 6천대로 증설할 예정이다.

<임혁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