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기 < 연세대 경영학과교수 >

우리나라 중소기업 경영의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대부분 자금난을 첫째
손가락으로 꼽고 있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자금조달에 있어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평균적으로 볼때,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비하여
기업연륜이 짧고 또 그만큼 도산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신용도에 있어서
대기업보다 떨어진다.

또한 대기업에 비하여 담보제공 능력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러한 중소기업의 내재적 속성만이 이제껏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겪고 있는 자금난의 원인이었던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다른선진국의 중소기업에 비하여 특히 자금난을 겪고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특수한 환경이 주요 원인이라고 할수
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은 지금까지 자금의 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향상 부족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었다.

그동안 공급자 우위의 상황 하에서 금융기관은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안전위주의 경영을 추구하여 왔고, 따라서 담보제공 능력면에서나 안정성
면에서 열악한 중소기업보다는 주로 대기업을 대상으로 자금을 공급하여
왔다.

이러한 금융환경 속에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이 자금조달에 있어서 극심한
애로를 경험해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금융시장의 환경은 달라지고 있다.

첫째, 그동안 부분적으로 개방되었던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이 완전 개방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는 풍부한 자금력과 최첨단 금융경영기법으로 무장된 선진금융기관
들과 우리나라 금융기관들이 자금대출을 놓고 경쟁하게 됐다.

둘째, 과거 금융기관의 주요 고객이었던 대기업들이 유상증자 회사채발행및
외자도입등을 통하여 필요자금의 상당부분을 스스로 조달 할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따라서 과거와 같은 공급자우위의 상황은 사라지고 빠른 속도로 수요자
우위의 금융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금융환경의 변화 속에서 중소기업들은 적어도 과거보다는 쉽게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 할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같은 사실은 과거 몇년 사이에 주요 금융기관들의 대출 실적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고 있는 대출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는 사실과 또한
우수한 중소기업에 대기업과 같은 우대금리로 대출하여 주려는 최근의
움직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수요자 우위의 금융환경에서는 자연히 기존의 담보대출 관행은 점점
줄어들게 되고 신용분석에 의한 대출이 증가하게 된다.

다시말해서 금융기관들간에 대출경쟁이 생기게 되면, 금융기관들은 기업에
대한 신용분석을 통해 우수한 기업들에게는 대출기간 이자율 담보제공요구
등에서 그만큼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해 줄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수요자우위의 금융환경에서는 기업이 자기에게 가장 유리한 대출
조건을 제시하는 금융기관을 선택할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기업에 얼마만큼 유리한 조건으로 대출을 해줄수 있는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가입에 대한 신용분석을 해야 한다.

신용분석에 의한 대출이 담보대출보다 적극적인 대출 방식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반드시 금융기관이 위험을 더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장기간 경기 침체속에서 부동산 가격이 하락으로 대출대손금이 크게
발생한 일본 금융기관의 경우를 보아도 알 수 있다.

불경기가 도래 할 경우 담보보다는 그 기업의 경영능력이 대출금 회수
가능성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훨씬 더 중요하다.

신용분석에 의한 대출시대에서는 지금까지 발전 가능성은 높았으나 담보가
부족하였거나, 또는 금융기관의 대기업 선호경향 때문에 자금조달에 있어서
불이익을 갖게 된다.

이기회를 잘 살리려면 중소기업에서 제공하는 재무정보가 대기업에 못지
않게 충실하고 또 신뢰성이 있어야 한다.

그동안 금융기관은 대기업위주의 대출관행속에서 대기업의 재무정보 분석
에는 나름대로 경험을 쌓아왔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재무정보 분석에는 별로 경험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기업이란 단순히 대기업을 축소해 놓은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은 그 나름의 특성이있다.

따라서 대기업의 재무정보를 잘 이해한다고 해서 중소기업의 재무정보도
잘 이해할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금융실명제 실시 직후 시중 금융기관에 여유자금이 있었음에도
중소기업의 자금난이 여전했던 이유는 금융기관들이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경험이 적었던 탓에 적극적인 대출을 할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용분석에 의한 대출시대를 맞이하여 금융기관이 중소기업에 대하여
그 속성을 잘 이해하고 중소기업에 대하여 대기업과 동등한 대출조건을
제시하도록 하기 위하여는 중소기업에서 제공하는 재무정보가 신뢰성이
있고 또 충실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신용분석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하여는 신뢰성있고 충실한
재무정보가 그 바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재무정보의 충실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것이
외부 감사제도이다.

현행 외부감사제도는 자산규모가 일정규모(60억)이상인 기업만이 적용대상
이다.

외부감사의 범위를 이토록 제한한 것은 금융시장에서소규모 기업의 재무
정보가 필요 없어서가 아니라, 다만 외부감사에 따른 기업의 부담을 소규모
기업에게는 지우지 않으려는 배려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은 소규모 기업일수록 담보능력이 부족하여 신용대출의
필요성이 더 있다고 할수 있다.

또한 소규모 기업일수록 재무정보작성을 위한 전문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재무정보가 부실하게 작성될 가능성이 높다.

소규모 기업도 신용분석에 의한 대출 혜택을 누리려면 외부감사를 의한
대출의 금융관행을 전반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모든 기업이 신뢰성있는
재무정보를 제공하도록 하여야 하고, 따라서 외부감사제도의 적용대상의
범위를 오히려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만, 소규모기업의 경우에는 과다한 비용부담을 고려해 감사수수료를
차등적으로 적게 부담시키는 한편, 기업회계기준 중에서 일부 적용하기
어려운 기준을 적용 예외를 인정하고, 감사 및 재무보고서의 제출기한도
연장하는등 부담을 줄이는 노력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