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가 하나의 문화권으로 좁혀지며 제품판매에 있어 마케팅보다는
디자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있읍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디자인제품이면 유럽에서도 잘 팔리는게 당연한
거지요"

울리히 브란트 전독일 에센대 교수(65)가 다음달 4일 개원하는 KIDP부설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가칭)의 부원장으로 부임했다.

대학교수로, 독 지멘스사의 연구원으로 이론과 현장을 고루 경험한
그는 "디자이너는 기술보다 사고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정기술을 가르치기 보다는 문제가 발생했을 대 이를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는 능력을 기르는데 교육의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를 자체적으로 고용하기보다는 프리랜서나 전문디자인회사에
외주를 주는게 최근 유럽기업들의 경향입니다.

또 자국의 디자이너만을 고집하지 않고 세계 각지에서 필요로하는
디자이너들을 찾아 일을 맡기고 있읍니다"

브란트부원장은 이러한 고용방식의 변화가 곧 국내에도 다가올 것에
대비, 디자이너교육에도 경영학 심리학 환경문제 등 새로운 개념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내한하자마자 박물관 민속촌 등을 방문했다며 "한국디자인의 높은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최근엔 서양 특히 미국쪽을 너무 추종하는
경향이 있다"고 꼬집었다.

부원장으로서 앞으로 1-2년간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교수진과 학생들을
잘 융화시키는게 중요한 과제라는 그는 "학생들의 기초실력 편차가 큰 데
비해 이수과목이 많은 것 같다"며 "앞으로 커리큘럼의 개정도 건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