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 정부적 과제인 규제완화 작업이 지지부진하다.

나웅배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이 취임하면서부터 금융 토지분야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겠다고 공언했고 재정경제원내에 경제행정규제 완화작업반까지
구성됐지만 말만 무성할뿐 피부에 와닫는 규제완화는 올들어 거의 진행된게
없다는 지적이 많다.

오히려 최근들어서는 이미 자율화된 각종 서비스요금이나 대학등록금에
대해서 물가관리를 이유로 정부가 세무조사등 구태연한 방법까지 동원,
직접 개입하는 일도 서슴치 않고 있어 규제완화가 뒤로 가고 있다는 이야기
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해말 기업 해외투자에 대해 일정부분을 자기자금으로 조달하도록한
것 역시 규제완화에는 역행하는 조치라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규제완화 분야중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금융과 토지분야.

이들 규제는 특히 기업활동에 직결되는 것으로 기업경쟁력 강화라는 측면
에서도 지속적으로 요구되어온 것이나 올들어서는 거의 진전된 부분이 없다.

금융분야의 경우 제조업의무대출 비율이 폐지되고 숙박업 음식업등에 대한
여신금지가 해제됐으나 정작 핵심적인 규제완화는 시행된게 없다.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이 여전히 남아 있고 금융기관간 상품취급 제한,
금융기관소유구조 제한, 양건성 예금에 대한 제재, 30대 기업집단에 대한
여신규제등은 여전히 잔존하고 있다.

특히 30대 대기업에 대한 여신관리는 신경제 5개년 계획상 올해중 이를
10대로 축소키로 되어 있으나 아직까지 구체적인 작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토지부문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10대 기업의 부동산 취득시 주거래은행 승인제도는 올해중 폐지할 방침
이었으나 최근 나웅배 부총리가 이를 내년이후로 연기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져 연내 시행이 불투명해졌다.

이밖에 공장설립절차나 건축 건설업에 대한 규제도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금융분야에서 일부 진전된 것 이외에는 새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별로
눈에 띠지 않는다.

규제완화 작업이 지지 부진하게 이루어지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으나
우선 추진하는 조직상 문제를 들수 있다.

현재 규제완화와 관련된 조직은 국가경쟁력기획단 경제행정규제완화위원회
행정쇄신위원회 경제행정규제완화작업반등이 있으나 효과적인 업무 분배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업무가 중첩되는데다 효과적인 협조체제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일의 추진력이 붙을수 없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올들어 새로 출범한 재경원내 규제완화작업반은 반장(국장급) 1명과
과장 2명 사무관 1명을 확보했을뿐 제대로된 사무실도 없고 아직 구체적인
작업반 활동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규제완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이유중 또한가지는 선거를 앞두고
미묘한 문제에 대해서는 무조건 뒤로 미루고 보자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대기업에 대한 여신관리, 부동산취득승인제 중소기업의무대출비율등 예민한
문제가 그대로 남아 있거나 내년으로 미뤄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무리한 물가관리도 선거에의 영향등으로 규제완화에 역행하는 대표적인
시책중의 하나이다.

이밖에 부처간 이기주의 역시 고질적인 규제완화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정부 일각에서도 "이제는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정책을 무책임하게 던지는
것보다는 당초 계획된 규제완화라도 제대로 추진하는게 오히려 선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현실이다.

<김선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2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