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화2호 위성이 지난 14일밤 성공적으로 발사됨으로써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방송통신위성 시대가 열리게 됐다.

특히 지난해 8월 처음 발사됐던 무궁화1호가 궤도진입에 차질을 빚어
수명이 절반으로 단축된 시점에서 쌍둥이 위성인 2호가 성공적으로 발사
됐다는 것은 그동안 "절반의 성공"에 찜찜했던 마음 한구석의 앙금을
말끔히 씻어주는 쾌거가 아닐수 없다.

물론 무궁화2호는 앞으로도 정지궤도진입 태양전지판전개등 몇몇 고비를
넘어야 하지만 오는 2월부터 통신서비스를 개시하는 1호위성에 이어
7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하니 우리도 이제 본격적인 위성방송통신
비즈니스 시대에 진입케된 셈이다.

무궁화1, 2호가 잇따라 상용 서비스에 들어가면 국내 방송통신 환경은
엄청난 변화를 맞게 된다.

우선 위성방송 서비스가 시작되면 시청자들은 조그만 접시 안테나 하나로
전국 어디서나 선명한 화질의 TV시청이 가능하다.

통신분야에도 획기적 변화가 일어나 지금까지 100% 외국 위성에 의존해온
국제 중계방송이나 국제통신을 우리 위성으로 대체할수 있게 된다.

명실상부한 "통신자주국"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무궁화2호의 발사성공은 큰 의미를 갖는 것이 사실이지만 국민적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하지 않을수 없다.

무궁화1, 2호 위성에 3,40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지만 자금만
우리가 댔을 뿐 설계에서부터 발사에 이르기까지 핵심 기술은 모두 외국에
의존한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통신은 위성기술 국산화율을 오는 99년 발사할 무궁화3호는 20%,
2005년에 쏘아 올릴 4호는 50%선으로 끌어올린다는 야심찬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1호 발사의 차질에서 보았듯이 위성기술은 의욕만으로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꾸준한 투자와 기술축적, 고급두뇌 양성이 요구되는 최첨단 과학기술의
정수가 바로 위성기술이다.

우리가 비싼 대가를 치르고 확보하는 위성기술을 독자적인 차세대 위성
개발과 국내 우주산업발전을 위해 적극 활용하지 못할 경우 무궁화위성
사업은 한낱 겉모양만 화려한 "우주쇼"로 끝날 수도 있다.

방송통신위성의 보유는 21세기 고도 정보화사회에 대비한다는 목적도
있지만 당장 국경을 넘어오는 주변국의 전파침투에 대처한다는 문화적
의미도 크다.

한반도 상공에도 이미 90개 가까운 위성채널이 수신자를 찾아 헤매고
있는 상황에서 방송통신주권의 확립은 시급한 문제가 아닐수 없다.

무궁화 1, 2호 발사를 통해 축적된 기술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기업들이 공동으로 아시아 새트와 같은 상업용 지역방송통신
위성을 개발해 우주비즈니스를 해외로 확대하는 것도 고려해봄직하다.

세계 위성시장의 치열한 경쟁과 국내 위성산업의 현주소를 생각해볼때
우리가 위성보유국이 되었다는 사실만을 내세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정작 중요한 일은 기술자립을 이룩해 "위성기술 보유국"이 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