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그룹은 30일 "지난 93년 10월께 3백억원의 사채를 끌어 쓴 일은
있었으나 전주가 노전대통령인지는 최근까지도 몰랐다"고 공식 해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한보의 설명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더구나 한보가 끌어다 쓴 노씨의 비자금이 과연 3백억원뿐인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에선 최근 국민회의의 이종찬의원이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제기한
"노씨의 비자금 가운데 6백50억원이 한보그룹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주장이
사실이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한보의 비자금 사용규모가 어느정도인지에
대한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일단 검찰조사 결과, 한보가 동화은행 본점으로부터 실명전환을 해 인출해
간 노씨 돈은 3백69억원 정도인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검찰이 최근 수사 중간 브리핑에서 "동화은행 본점에 이 전경리
과장이 90년6월부터 93년2월까지 "청송회" "한무회"등 6개 가명계좌로 모두
8백18억원을 입급했으며 현재 잔고는 1백51억원(이자 포함)"이라고 발표
했었다.

결국 동화은행 본점에 예치됐던 노씨의 비자금중 6백67억원이 인출됐다는
얘기다.

이같은 액수는 이의원의 주장과도 규모가 비슷해 한보가 갖다쓴 노씨의
비자금 규모가 6백억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금융계에선 한보가 그동안 6공 비자금 관리에 깊숙히 개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최근 급속한 사업확장을 감안하면 노씨 비자금 사용규모는
최대 수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한보도 이날 "당시 사채업자가 은행권 금리와 비슷한 수준으로 자금을
갖다쓰라는 제의를 받았으며 아산 철강단지 투자에 많은 돈이 필요해 이같은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한보의 최근 2~3년간 투자규모가 2조원을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이같이 싼 자금을 3백억원 정도만 썼겠느냐는 의문이 나올만한 대목이다.

어쨌든 한보는 "검찰조사에서 모든걸 밝히겠다"면서도 비자금 추가사용
부분에 대해선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러나 한보는 이번 비자금 사건이 터져나오자 보도자료까지 배포하며
"절대 무관하다"고 "거짓말"을 해와 비자금 사용규모에 대한 해명도 "믿을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