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조직률은 노조의 힘을 나타내는 중요한 측정치다.

그런 노조의 조직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는 지난 80년대 후반들어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던 노조원의
수가 90년대 들면서 매년 감소폭을 더해가고 있는데 따른것으로
주목을 끄는 현상이다.

노동부가 최근 국회에 낸 국감자료에 따르면 6공초기인 88~90년
노조결성사업장이 크게 늘어 90년말 7,698개 노조에 조합원이 188만7,000명
이던것이 이듬해부터 해마다 줄어 94년말 7,025개소 165만9,000명으로
4년사이 673개소,22만8,000명이 감소했다.

이에따라 노조 조직률도 89년의 최고치 19.8%에서 92년 16.4% 94년
14.5% 등으로 매년 떨어지고 있다.

이는 영국(33%),일본(24%),미국(15.5%)보다도 낮은 것이다.

한국노총은 이에 대해 선진외국은 공무원등 공공부문 노조를 포함한
것인만큼 민간부문의 조직률만 놓고 볼때에는 우리나라 노조조직률이
그리 낮은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는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노조의 조직률감소가 국내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고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또 선진국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까지는 조직률이 높아지다가
그 이후부터는 감소해온 사실을 경험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를 맞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바가
크다고 하겠다.

노조의 감소 추세는 여러 각도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수 있을것이다.

우선 산업구조변화로 노동조합에의 호응도가 비교적 강한 생산직
근로자의 비중이 감소하고 그 성향이 상대적으로 약한 서비스업
분야의 근로자가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할수 있다.

여기에 노동집약산업의 중국등 해외이전,여성근로자와 파트타임
근로자등의 증가가 노조원의 감소를 가져왔다고 하겠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동안 상당수 사업장의 임금등 근로조건이
개선되었으며 이를 계기로 근로자들의 관심이 개인적인 삶의 질향상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9 노조조직률의 감소는 이념과 계급중심의
대립적 노사관계가 공존의 협력적 노사관계로 전환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풀이할수 있다.

거시적으로 볼때 지금 세계 각국의 노조는 경제.사회적으로 커다란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노조활동도 그와같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변해야 할 상황에 와
있는 것이다.

노조활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산업구조 조정과 노동력구성변화,국경철
폐와 국제경쟁강화 등은 노조의 통제범위밖에 있다.

이런 변화가 곧 노동운동의 변화를 요구하는 상황이라고 해야 한다.

사용자측 자세도 중요하다.

노조감소현상을 근로자들의 집단적 권리의식의 약화로 보거나 노조의
소멸과정으로 착각해서는 안된다.

경제조합주의를 유도하여 근로자들의 권익증대와 화합적인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더욱 노력해야 한다.

노조조직률 저하를 노사모두 보다 적극적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로
삼는다면 나름대로 의미가 클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