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이면 감천이다"

국제영업맨들은 우선적으로 업무전반에 걸친 해박한 전문지식과 탁월한
외국어 구사능력을 갖춰야한다.

그러나 이것은 필수조건일뿐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대형증권사간의 수준차가 도토리 키재기에 불과한 현실에서 외국인들을
상대로 누가 하늘도 감동할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는냐에 따라 샴페인을
들며 자축하는 쪽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패배의 아픔을 달래는 쪽으로
갈리지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기업체의 해외증권 발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스위스에서
발군의 실력을 보이고있는 신예로는 쌍용투자증권의 박종만국제금융부장
(40)이나 대신증권의 안용수국제금융부장(40)등을 들수 있다.

지난 91년10월 쮜리히사무소장으로 2년째 근무중이던 쌍용의 박부장에게
본사로부터 스위스은행의 한국 주식매매및 결제업무를 대행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상임대리인" 업무를 따내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그는 스위스 3대 은행중 자산규모(2천7백90억 달러)가 가장 크고
세계적인 초우량은행중의 하나인 유니언뱅크오브스위쯔랜드(UBS)를
공략대상으로 삼았다.

UBS로부터 사실상 반영구적인 브로커 업무를 보장받게될 상임대리인
업무를 따내는 경쟁에는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는 물론 베어링
슈로더등 외국증권사도 가세했다.

"우선 UBS에서 한국관련 업무를 맡고있는 전부서와 그 담당자를
추적했다. 담당부서장및 실무진의 생일 결혼기념일등 기본 인적사항은
물론 좋아하는 포도주나 음식까지 조사했다"

개인적인 신뢰를 중시, 한번 상대롤 선택하면 커다란 과오가 없는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스위스인의 특성을 감안해 스위스 최고은행의
엘리트 20여명을 "쌍용맨"으로 만들기위해 사무실과 음식점에서
부하직원과 함께 맨투맨으로 달라붙었다.

회사를 방문할때마다 비서들에게 초콜렛을 준것은 기본.

딸을 출산한 펀드매니저 부부를 중국요리집으로 초청한뒤 선물을
주었고 당시 서울발령 예정자를 미리 알아내 집에서 한식으로
접대하면서 회사의 이미지를 심어주고 한국증시의 발전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주었다.

이렇게 4개월여동안 불철주야 매달린 결과 92년 1월 UBS로부터 "유일한
한국증시 브로커로 선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을수 있었다.

그동안 들인 접대비는 현재도 계속되고 있는 유UBS의 매매주문 수수료에
비할때 조족지혈에 불과했다.

대신증권의 안부장이 쮜리히사무소장으로 부임한지 1년이 지난 93년1월.

그는 스위스내 유명 투자은행인 "뱅크쥴리어스베어"(BJB)가 한국 투자
전용 펀드를 만들려한다는 소식을 듣고 후끈 몸이 달아올랐다.

6~7회 문전박대를 당한 끝에 당시 아시아지역 책임자였던 마이클
베어부장과 점심 약속을 할수 있었다.

"자신이 오전 7시에 출근을 하니까 7시15분까지 매일 15분간 한국증시
시황등에 대해 전화로 얘기해달라고 요구했다.

애써 잡은 지푸라기가 동아줄이 되도록 매일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
통화내용을 준비했다.

4월이 지나자 날마다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잘되고 있음을
직감했다.

3개월간 추천한 종목에 대해 3~4차례의 시험투자결과 상당히 높은
승률을 거둔데 만족했는지 베어부장은 그때서야 펀드이야기를 꺼냈다"

그해 12월 대신은 스위스에서 미화 1억6천만달러규모의 한국주식전용
펀드인 KSP를 유치하는 개가를 올렸다.

연간 전체금액의 0.5%을 받는 자문수수료를 포함,지금까지 26억5천만원의
수입을 올릴수 있었다.

< 최승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