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특파원 ]유럽연합(EU)의 리언 브리톤 대외담당집행위원은
6일 오후 장만순대사를 비롯 태국및 인도등 EU주재 주요국대사를 잇따라
접촉,다자간 금융서비스협상에서 유럽측의 입장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

EU의 최고 실세인 브리튼집행위원은 전날에는 고바야시 도모히쿄 일본대사
등을 만나 같은 입장을 전달했었다.

다자간 금융서비스협상의 최종 시한인 지난달 30일 긴급외무장관회담을
열어 그시한을 이달 28일로 연장할 것을 제안한 EU.협상포기를 선언한
미국에 반기를 든 EU로서는 동조세력을 확대해야 하는 다급한 입장에 몰린
것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반기 차원을 넘어 세계통상무대에서 미국을 고립화시킨
것으로 비춰져 EU수뇌부를 한층 긴장시키고 있다.

평상시에는 면담조차 어려운 리언 브리튼이 직접 "노확보"에 나선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동시에 이를 게기로 냉전종식 이후의 미국 독주에 제동을 걸고 국제경제
전쟁에서 주도권을 잡아보려는 EU의 의도도 다분히 깔려있는 듯하다.

6일 EU집행위가 내놓은 "미국의 무역투자 장벽 연차보고서"에서 과거보다
훨씬 강도 높은 비난을 가한것도 이때문이란 분석이 강하다.

실제로 소련이란 공동의 적이 무너진 지금, 유럽인들의 마음에는 이제는
미국의 대외 정책에 무작정 지지를 보낼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그만큼
팽배해지고 있다.

미국에 끌려다니던 과거의 모습과는 달리 스스로 "포커판"을 벌인 유럽.

그 연합체인 EU가 이판을 어떻게 끌고갈 것인지 현지 외교가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하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양측간 주도권 다툼에서 실리를 찾으려는 역외국가들의
움직임도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외교의 능력을 평가받을수 있는 장이 열린셈인 것이다.

유럽연합(EU)은 이날 미국이 일방적 통상조치를 남발하는데 우려를 표명
하고 국가안보를 내세워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위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한 EU의 이같은 비난은 특히 미국과의 협의없이
다자간 금융서비스 협상시한을 연 당, 미국을 고립화시킨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양측간 세계통상정책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낳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