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기계를 맞대고 도란도란 얘기꽃을 피우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화합을 일구는 사례가 늘고있다.

이른바 "마이머신(my machine)운동을 통해 생산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계 한대를 맡아 관리.책임을 지게하는 이운동의 주체는 생산직이
아닌 관리직들이다.

사장 임원을 비롯 전관리직 사원들이 기계한대씩을 맡아 닦고 기름칠하는
현장에 참여,생산직근로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영흥철강 화천기계 한국베랄 동양기전 태양금속 적고정밀등 제조업체들이
마이머신운동으로 탄탄한 노사협력관계를 구축했다.

동아정기 제일엔지니어링등 상당수기업이 이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창원공단입주업체인 영흥철강은 바로 이운동을 통해 5월중순 무협상임금
타결을 이루었다.

지난해 1백일간의 장기협상및 10일간 파업등으로 경영위기에 직면했던
이회사는 협상타결직후인 10월부터 이운동을 시작했다.

창원공장 전관리직사원은 물론 서울사무실에 근무하는 사장 전무등
임직원들도 매주 금요일이면 창원에 내려와 자기이름이 부착된 기계를
찾는다.

김기홍공장장은 "관리직의 현장참여로 상호대화가 빈번해지면서 노와
사가 한마음이됐다"면서 생산성도 그전보다 훨씬 향상됐다고 밝혔다.

노조가 마.창노련에 속해있는 화천기계도 이같은 운동을 통해 오랜
노사갈등을 푼케이스이다.

이회사는 마이머신운동을 전개해오다 최근 명칭을 "도란도란운동"으로
변경,노사간 정감을 고양시켜가고 있다.

관리직사원들이 수시로 현장을 찾아 생산직근로자들과 악수하고
격의업는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이제 불필요한 소모전은 그만하자"는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차주원노조위원장은 말했다.

화천은 5월초 임단협을 마무리지었다.

아산소재 자동차용마찰재생산업체인 한국베랄은 마이머신운동을 통해
노사화합은 물론 헌기계를 수출하는 실익도 거두었다.

이회사는 사장 부사장에서부터 말단 관리직까지 매일아침 30분간 기계를
점검, 제성능을 유지하고 산재도 없애고 있다.

이덕택에 베랄은 사장 부사장이 담당했던 8년짜리 중고프레스 1,2호기를
지난해말 체코로 수출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회사의 김용웅사장은 마이머신운동에 대한 강의요청을 받을 정도로
이운동의 신봉자이자 노사화합의 실천자로 알려져있다.

인천 동양기전의 경우 현장근로자들이 곧 관리자이고 책임자이다.

이회사의 근로자들은 "자주개선연구회"를 발족,개인은 기계한대씩을
맡고 4-5명으로구성된 팀은 라인을 담당하는 이색적인 운동을 펼치고있다.

공장내 비효율적 설비배치및 각종 낭비요소등을 개선,매달 팀별로
돌아가며발표하고 있다.

생산.관리직및 간부.부하직원 구분없이 팀이 곧 결정자가돼 공장과
사무실을 자발적으로 운영해가는 방식이다.

동양의 엄기화부사장은 "상하구분없이 기계에 기름을 칠하면서
대화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역량과 인간관계가 성숙해지는 모습을
본다"면서 노사가 수평관계일때 산업현장은 신바람으로 가득찬다는
사실을 체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