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동생으로 생각하시고 온갖 궂은 심부름을 맡겨 주십시오.열심히
발로 뛰겠습니다" 지난 22일 광주를 방문한 박상희 기협중앙회회장(44)이
50여명의 중소기업협동조합 이사장과 업계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덕산그룹 부도여파로 어려움을 겪고있는 광주를 방문했을때 새벽 첫
비행기로 내려가 광주은행장 시장 전남도지사를 만난 것을 비롯 부도
피해업체방문 중소업계대표와의 간담회등 그야말로 강행군을 한다.

역대 회장과는 다른 파격적인 행보로 중소업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임원실을 없앤다든지,판공비를 일절 안쓴다든지 하는 것은 한가지
예에 불과하다.

취임후 의례적으로 갖던 장관예방도 하지 않았다.

대신 지방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직접 청취하고 부도기업의 후유증을
파악하는등 현장을 발로 뛰어다니고 있다.

부서별 업무보고를 저녁 10시까지 받는가 하면 보고후 즉석에서
주머니돈을 꺼내 회식비용으로 주기도 한다.

그가 지금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기협을 중소기업을 위한 단체로
만드는 것과 자립하는 방안이다.

특히 기협이 정부보조를 받지 않고 자립해야 제목소리를 낼수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자본금 500억원규모의 팩터링회사를 만들기로 했으며
여의도 기협회관을 비롯한 전국 주요도시에 전광판광고탑을 만들어
수익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또 기협을 봉사하는 기관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개혁추진위를 구성,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그의 파격적인 행보를 중소업계는 대부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기협내부와 업계일각에선 불안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우선 개혁프로그램이 어떻게 구체화될지 몰라 몸을 사리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난다.

기협의 이사선임 과정에서 프라스틱조합등 일부 대형 제조업조합이
빠지고 대신 유통업계통이나 작은 조합들이 대거 포진한 것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지적한다.

중소업계는 요즘 중소기업의 도산사태가 심각한 만큼 부도방지대책
마련에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뛰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따라서 정부및 금융기관과 머리를 맞대고 얼마나 효과적인 대책을
마련하느냐가 그의 역량을 평가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 김낙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