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금융시대"라고나 할까.

미달러화폭락과 일엔화의 급등,영국 베어링은행의 파산등으로 빚어진
예기치 못한 세계 금융위기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다.

딱한 것은 우리 정부와 기업이 아무런 준비없이 세계 금융대란으로까지
표현되는 이 위기앞에 노출돼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정부는 지난 9일 외화표시 국산기계 구입자금의 신규지원,일.유럽
에 투자유치단 파견,강세통화보유확대 등의 신엔고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뜯어보면 엔고의 부작용을 막는 동시에 엔고효과를
극대화시킬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수입단가가 오르더라도 사들일 수밖에 없는 자본재 중심의
대일수입구조를 구체적 정책수단없이 손쉽게 개선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결국 가장 효과적인 신엔고대책은 기업 스스로 현장상황을 바탕으로
수립하고 실천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론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더이상 정부의 환율정책에만 기댈 것이 아니라
기업 스스로 국제금융위기에 대응하여 새롭고도 다각적인 경영전략을
마련,엔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이를 호기로 살리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그동안 우리정부와 기업은 엔고에 따른 환차익이나
단기적인 수출확대에만 연연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금은 엔고의 반사이익을 즐길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다.

하루빨리 근시안적 자세에서 벗어나 장기적 안목에서 국제금융구조의
급변에 대응하기 위한 구체적인 신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지금 일본 기업들이 당하고 있는 상황은 언제 우리에게도 닥칠지
모르는 일이다.

"강건너 불"이 아니라 우리도 원화절상의 큰 흐름위에 놓여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우리 기업이 경영의 틀 자체를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기업은 혹심한 엔고에 대처하는 일본기업들의 지혜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