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순규 <한국기업경영연구원장> -

20세기에 들어서서 인류역사상 가장 큰 영향을 미친것은 바로 과학기술
일 것이다.

그 과학기술이 탄생시킨것중 우리의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준것을 지적
한다면 자동차일 것이다.

자동차가 생활필수품이 되었다는 증거는 자가용을 가진 일정한 사람들을
표본으로 하여 조사된 내용에서 나타난다.

즉 귀하의 차량을 주로 사용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대하여
전체응답자의 42.9%가 출퇴근용이라고 응답했다.

자동차는 인간의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때문에 자동차운전자상호간에 지켜야 할 규범을 지키지 않으면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올바른 자동차문화의 정착은 어느 다른 하위문화의 정착보다
중요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자동차문화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알기위해서는 운전자들이
운전할때 어떠한 의식과 행동유형을 취하는가를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평소 점잖은 사람도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고,
상호 경쟁하는 심리가 작용되어 끼어들기, 신호 안지키기, 과속 추월을
해야 직성이 풀린다.

교통순경이 있는 곳에서는 교통법규를 준수하는듯한 태도를 보이지만
없는 곳에서는 교통법규 위반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혹시 교통법규 위반으로 적발되었을 경우에는 적당히 봐주기를 바라거나
뒷돈거래를 하면서까지 정상적인 처벌을 피하려 한다.

도로상에서 접촉사고나 인명사고나 났을 경우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 우선 고함을 치고 본다.

또 신호가 채 바뀌기도 전인 예비신호에 출발하고 정지신호임에도 불구
하고 달리던 속력으로 그대로 경적을 울리면서 마치 "내가 가니까 모두
비켜라"라고 고함치듯 한다.

이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자동차문화 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

즉 세계에서 교통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양보하는 운전, 인내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또 복잡한 도로에서 다른 차에게 차선을 양보하고 새치기를 하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이며 보행자에게 우선권을 주는 것, 규정속도지키기 등도
실현되어야 한다.

이제 국민소득수준도 선진국의 문턱에 다다랐고 그만큼 생활수준도
높아졌기 때문에 우리의 잘서의식과 자동차문화의식도 선진국수준으로
끌어올려야겠다.

만약 운전자가 질서와는 상관없이 서로 먼저 가려하거나 제한속도를
초과하여 달린다면 먼저 가기는 고사하고 몇배의 경제적 시간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다.

그래서 "5분 먼저가려다 50년 먼저간다"는 표어까지 생겼다.

2월부터 시행되는 자동차 10부제와 버스전용차선제, 3월부터 시행되는
각종 범칙금의 인상에 대해 불만이 있겠지만 그것을 우리의 건전한
자동차문화 형성의 디딤돌이라 생각하고 적발에 앞서 규정을 지키는데
최선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