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관리와 무역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만큼 양쪽 업무를 모두
통상산업부가 맡아야 한다""아니다.

외국인 투자관리 업무는 국내 물가안정등을 위해 외환관리 차원에서
다뤄야 하는 만큼 재경원 몫으로 남겨둬야 한다" 외국인 투자업무 관할권을
놓고 통상산업부와 재정경제원이 "한판" 붙을 분위기다.

아직 본격적인 싸움은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양보할 수 없는 결전을 앞두고 두 부처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시비는 통산부가 먼저 걸어왔다.

지난 19일 박재윤통산부장관은 무역클럽 강연에서 "대한무역진흥공사
(KOTRA)를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로 이름을 바꾸고 기능도 종전의 상품수출
지원외에 해외투자와 외국인투자유치등을 추가해 기업 세계화를 뒷받침
하도록 조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1일 무공 업무보고에서도 이같은 방침은 재확인됐다.

재경원측은 통산부의 이같은 움직임을 "선전포고"고 받아들이고 있다.

재경원 관계자는 "KOTRA에 외국인투자 지원업무를 보강하겠다는 얘기는
결국 통산부가 외국인투자 인허가등 업무를 재경원에서 떼내 가겠다는
사전포석이 아니냐"며 신경을 곤두세웠다.

이 관계자는 "국내 통화관리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외국인투자 업무를
통산부에 넘기는 건 시기상조"라며 "외국인 투자유치등 지원업무는 통산부가
하더라도 인허가등 핵심은 국민경제를 종합적으로 다루는 재경원이 쥐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산부측은 물론 재경원의 이같은 우려가 과민반응일 뿐이며 "아직은"
기우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언젠가 싸움이 불가피하다는 건 부인하지 않는다.

통산부 관계자는 "외국인투자 업무를 외환관리 차원의 규제정책으로 다루는
것은 세계화 조류에도 맞지 않는다"며 "상품 수출입과 투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다 외국과의 산업협력 차원에서도 외국인투자업무는 통상
주무부처가 담당하는게 순리"라고 말해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직설적인 표현은 피했지만 외국인투자업무는 통산부가 할 일 이라는
얘기다.

외국인투자업무를 놓고 벌이는 양 부처의 물밑 신경전이 곧 수면 위로
떠오를 조짐이 농후한 셈이다.

이와관련, 과천 경제관료들은 "박장관이 취임직후 직원들에게 "재경원을
따라잡자"고 강조했던게 이런 식으로 가시화되고 있는게 아니냐"며 두부처의
"힘겨루기"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차병석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