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마련한 올해 경제운영계획은 물가안정과 세계화를 위한 제도개혁의
지속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올해도 성장률이 지난해에 이어 7%를 웃돌고 외환자유화의 물결을 타고
외화자금이 물밀듯 밀려들게 뻔하기 때문이다.

또 "세계화원년"의 기치에 맞게 그동안 지속해온 개혁작업을 지속해 WTO
(세계무역기구)출범에 따라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더욱
절실해진 것도 이런 필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정부가 물가안정에 총력전을 벌이기로 한것은 경기가 이대로 가다간
"과열"로 갈게 너무도 명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재의 경기가 과열은 아니지만 "과열조짐"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내수억제정책을 위주로 물가를 5%선에서 잡겠다고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재정 통화 환율등 모든 대책을 총동원하겠다는 것이다.

말만 안했다 뿐이지 사실상 경기진정책에 착수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를 위해 정부는 우선 부동산실명제 실시방안을 마련, 여유자금이 부동산
에몰려 물가불안을 부추기는 일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또 재정도 안정에 적극 동참토록 할 방침이다.

94년도 세계잉여금을 정부채무상환에 우선 충당토록 하고 공기업민영화에
따른 세입도 일반세출로 사용을 자제하는 한편 추경편성도 최대한 억제키로
했다.

예산집행면에서도 신규투자사업의 집행시기를 건설경기동향을 보아가며
완급을 조절하고 지방재정도 경기상황에 따라탄력적으로 운용한다는 것이다.

통화신용정책은 내수진정에 맞추어 통화증가율을 대폭 낮추어 운용하고
환율절상을 유도키로 했다.

공공요금도 인상을 최소화하고 인상을 하더라도 시기를 연중분산시킨다는
계획이다.

임금안정도 적극 유도한다는게 정부의 전략이다.

실업률이 2%대로 거의 완전고용상태라 이대로 임금협상이 벌어지다간
임금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짙게 깔려 있다.

그래서 노.사.정간에 공동포럼을 개최하고 임금인상은 생산성향상범위내
에서 묶기 위한 구체적 전략을 마련키로 했다.

또 부당노동행위금지 무노동무임금원칙고수 과다한 노조전임자축소등을
강력히 실시키로 했다.

이밖에 완전고용에 따른 인력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여성인력외국인력
의 활용방안도 구체화하기로 했다.

물가안정이 올해 경제운영의 한 축이라면 다른 한쪽 바퀴는 개혁지속이다.

기업이 부동산투기에 몰두해서는 세계화추진은 공염불이 되기 때문에
부동산실명제도 마련된 것이다.

또 정부의 생산성 제고에 개혁의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

중앙정부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투자기관 출연기관의 조직정비와
민영화도 계속할 계획이다.

규제완화는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요구불예금을 제외한 수신금리를조기에 자유화하고 정책금융을 정비하는
한편 1-10대그룹에 대한 기업투자승인도 폐지한다.

금융기관의 경영자율화를 확보키로 하고 인사 점포확장 상퓸개발에 최대한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또 사금융의 제도권유입을 촉진하고 중소기업및 SOC시설재에 대한 상업
차관을 허용하는 한편 예금자보호장치를 마련하겠다는 것도 개혁이라는
이름에 걸맞는 계획으로 보인다.

이처럼 정부가 물가안정과 개혁지속을 기치로 내세우고 있지만 구체적인
수단은 극히 제약돼 있다.

물가안정을 이루겠다고 하지만 정부가 통화를 간접관리하겠다고 나선
마당이어서 과거와 같은 직접통제는 할수 없는 형편이다.

물가안정을 위해 개별품목에 대한 직접규제관행도 지속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란게 정부당국자의 솔직한 고백이다.

개혁조치도 이해당사자의 반발을 우려해 대체적인 방향만 제시했지 구체안
은 마련하지 못했다.

금융기관업무영역조정이나 투자기관및 출연기관정비계획도 오랫동안 묵은
과제에 불과하다.

따라서 정부가 이를 중단없이 추진할 수 있을지는 경제제도개혁을 실현
하겠다는 의지를 얼마나 지속시키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