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토지세과표를 공시지가로 바꿔 부동산투기를 억제하겠다고 큰소리쳤던
정부방침이 차질을 빚을것 같다.

조세연구원은 지난 28일 열린"중장기 토지세제운용방향"세미나에서
신경제5개년계획대로 오는 96년부터 종합토지세 과표를 공시지가로
바꾸면 조세저항이 걱정되니 단계적으로 현실화할 것을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은 얼마전 박재윤 재무장관이 취임회견에서 "내년에는 토지
관련 세제정비에 힘쓰겠다"고 말한데 이어 나온 것이며 재무부및 내무부
와도 내부적으로 상당한 조율을 거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주택관련 조세는 종합토지세 택지초과소유부담금 등의
보유세와 취득세 등록세등의 거래세,그리고 양도소득세로 대표되는
자본이득세 등으로 나눌수 있다.

이들 주택관련 조세는 우리나라 총 세수의 15~17%를 차지할 정도로 재정
수입에 큰 기여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부동산투기억제에 전가의 보도라고
할만큼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세금이라기 보다 벌금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세율이 높은데 비해
비현실적으로 낮은 과표,비과세및 감면조항의 과다,자의적인 세무행정
등으로 우리나라의 주택관련 조세는 부동산투기억제에 비효율적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는국민들에게 세제개혁을 약속했고 부동산투기를 통한
불로소득 방지를 거듭 다짐했었다.

이같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중점 추진사항이 과표현실화인데 이것이
벌써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물론 조세연구원도 원칙에는 찬성하지만 정부계획대로 하면 종합토지세가
96년까지 5배이상 늘어나게 되므로 현실화시기를 4~5년 늦추고 단계적으로
실시하자는 주장이다.

이는 대단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의견임에 틀림없으나 불행히도 우리
현실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로 각종 규제완화,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따른 개발공약,종합과세로
인한 자금이동,최근의 경기상승및 물가불안 등으로 가뜩이나 땅값이
불안한데 과표현실화 연기로 부동산투기억제 의지마저 퇴색하면
걷잡을수 없게 된다.

그리고 지금보다 땅값이 오르면 과표현실화는 더욱 어려워지게 마련
이다.

둘째는 조세저항을 걱정하지만 전국 사유지의 76.8%를 과점하고 있는
상위 10%계층이 그동안 누린 엄청난 자본이득과 형편없이 적은 세금을
생각할때 설득력이 없다는 점이다.

끝으로 과표현실화를 천명한 신경제계획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계획의 비현실성을 얘기하는 것은 정책당국의 신뢰성을 크게 해치는
일로서 자가당착이 아닐수 없다.

정책의 현실성 못지 않게 일관성과 신뢰성도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