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자은행인 미국의 J P모건은행이 최근 파생금융상품(딜리버티브)
거래에 따른 위험을 줄이는 시스템을 자체 개발, 일반에게 공개하겠다고
나서 세계금융가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모건은행이 이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하는 기본취지는 스와프나 선물 옵션
거래등 파생금융상품에 내재된 위험적요소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시장의
안정성을 현재보다도 강화하겠다는 것.

그러자면 현금거래나 스와프 채권등의 이자율과 환율,그리고 주가지수등을
매일같이 거의 자동적으로 분석해내는 기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
일이 쉬운것일 수만은 없다.

개발에만 수년이 걸리고 개발자금만도 수백만달러가 필요하다.

모건은행의 회장인 대니스 웨더스톤씨는 "이번 프로젝트는 딜리버티브의
위기관리방안을 마련하는 첫 걸음이 될수 있으며 기업들에는 위험을 피해
정확한 판단을 내리도록 도움을 주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말한다.

금융가는 모건은행의 이런 취지에 동의하면서도 과연 진짜 이유는 무엇
인가에 의문을 품고 있다.

모건은행의 답은 두가지다.

첫째는 딜리버티브를 규제해야 한다는 최근의 견해에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것이다.

얼마전부터 국제결제은행(BIS)과 미정부및 의회등에서는 파생금융상품거래
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물론 딜리버티브를 활용하는 투자자들과 기업의 경리담당들도 딜리버티브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일부기업은 딜리버티브로 60억달러를 손해봤다는 통계도
있다.

따라서 모건은행은 보다 안전한 딜리버티브거래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겠다
는 것이다.

모건은행의 웨더스톤회장은 "이때 우리가 거래의 투명성을 보여줄 기준
지표를 만들어야 하며 그것이 금융시장발전에 도움을 줄것"이라고 그
당위성을 강조한다.

둘째로 많은 이용자가 이 시스템을 활용함으로써 모건은행은 장기적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스템은 확실히 중간규모의 투자자들에게는 유용한 서비스가 될것이며
일부 은행의 경우 이를 대고객서비스의 일환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렇다고 이 시스템자체가 거래위험에 따른 손실을 막아주는 것은 아니다.

2년전 주변여건이 한창 좋았던 시절에도 모건은행은 채권거래에서 1억
5,000만달러를 날렸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한 마켓리스크연구소의 대표인 자크 롱거스테이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스템은 많은 투자기업들로 하여금 각종 자료를 수집 분류하는데 드는
노력에서 벗어나 관심을 리스크관리방안마련에 쏟도록 함으로써 큰 도움을
줄수 있다"고 말한다.

모건은행의 웨더스톤회장은 "이 시스템은 엄밀히 말해서 ''블랙박스''라기
보다는 ''연장통''일수 있다"며 "그것이 도움을 주는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판단은 투자회사들 자체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 김영철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0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