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배 < 뉴욕 특파원 > ]]]

미국은 지난해 클린턴대통령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미래노사관계위원회"
에서 노사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모두 4천페이지에 이르는 진상조사보고서가 이미 작성됐고 오는 11월중
계획안이 발표될 예정이다.

미국 노동정책의 대변환을 예고하는 것이어서 각국의 지대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노사관계 변화추이는 노사분규건수와 임금인상부분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2차대전이후 지나치게 비대해져 우려를 자아냈던 미노조는 80년대들어 부쩍
약화되기 시작, 지금은 사용자가 주도권을 잡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정치 사회적인 영향이 크게 작용했지만 무엇보다도 경제적인
여건변화가 노조의 위축을 가속화시켰던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경제의 국경이 없어진 점이다.

값싼 외국산상품의 미국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미경제는 위축돼 갔다.

특히 노조가입률이 높은 자동차 철강등 주요산업의 고용축소는 노조의
영향력을 급속히 감소시켰다.

또 산업의 서비스화, 노동대체적인 자동화,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한
리스트럭처링등이 상대적으로 사용자의 힘을 키워주었다.

집단해고에 대한 두려움도 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됐음은 물론
이다.

지난 81년 항공관제사들이 전면 파업을 단행했을때 당시 레이건대통령은
대통령령을 발동, 직장복귀를 명령했었다.

이때 1만1천명이 직장복귀를 거부하자 레이건대통령은 이들을 집단해고
조치했다.

이런 여러 요인등으로 미국의 파업건수는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노동시간
손실비율도 감소추세에 있다.

미노동부가 집계한 파업건수(1천명이상의 노동자가 참여한 경우)를 보면
지난80년엔 1백87건에 분규노동자수가 79만5천명이었으나 지난92년엔 35건에
36만4천명으로 대폭 줄었다.

따라서 무노동일수도 80년의 2천84만4천일에서 92년엔 3백98만9천일에
그쳤다.

노사분규의 현격한 감소와 함께 임금 역시 그 인상폭이 낮아지는 추세이다.

최근 5년간의 자료를 보면 총급여인상률이 88년 4.8%, 90년 4.6%, 92년엔
3.5%였다.

이 인상률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밑돌아 결국 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줄어든 셈이 됐다.

비농업부문의 실질 평균 주급을 보면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 84년 2백72달러 10센트에서 지난해는 2백54달러로 오히려 떨어졌다.

그러나 올들어 양상이 다소 달라지고 있기는 하다.

경제가 회복국면에 들어서고 실업률이 낮아져 노조를 중심으로 제몫을
찾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따라서 올해의 평균임금상승률은 4%, 내년엔 4.4%로 전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미국의 노사관계는 여전히 사용자가 주도권을
쥘것으로 보인다.

미국사회의 반노조분위기에다 기업들이 체질강화를 위해 기구축소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조의 관심사가 임금인상보다는 고용보장에 있는만큼 노조의
주도권약화현상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또한 산업비중이 급속히 커지고 있는 서비스및 하이테크산업에서 노조결성
이 어렵다는 점도 또하나의 원인이다.

미국은 1백여년동안의 노사대립시기를 거쳐 이제는 노사안정시기를 맞고
있다고 봐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