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일체제는 어떤식으로 전개될 것인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세습정권인 만큼 당장의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왕세자"로서의 김정일과 등극이후의 김정일은 어떤 모습으로든
변할수 밖에 없는게 현실이다.

증권가에서는 각종 경제및 경제외적 변수에 필요이상으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주식시장의 속성을 감안해 주가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에
투자자들의 신경이 곤두서있다.

현재 김일성 사후의 북한 체제에 대해선 군부쿠데타설등 갖가지 억측을
누루고 그의 아들 김정일이 후계체제를 굳혔다는 것이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렇지만 북한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 자신있게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북한에 대한 정보부재로 인해 김정일체제의 장래에 대한 추론은 아주 힘든
작업이기 때문이다.

가깝게는 17일로 예정된 김일성장례식이 돌연 19일로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와 세계를 다시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극히 이례적인 일로 벌써부터 김정일의 돌출행동에 신경이 곤두서는
사례중의 하나다.

주식시장입장에서는 따라서 김정일체제는 가변성이 매우 큰 "변수"로
여겨질 수 밖에 없다.

김정일 체제에서 파생되는 어떤 변화도 항상 새로운 재료로 주식시장에
나와 주가를 춤추게 만들 소지가 있다는 뜻이 된다.

특히 북한이 핵문제협상, 남북정상회담준비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김일성
의 사망으로 김정일 체제가 갑자기 출범해 외부세계가 북한 새 체제의
조그마한 행보에도 그 의미와 파장을 깊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주식시장에서는 김일성 사망과 새 김정일체제 출범을 메가톤급 주가변수로
받아 들인다는 징후가 여러번 목격됐다.

김일성 사망이 보도된 지난9일오후(토요일장 폐장직후)이후 첫 열린 11일의
주식시장에서는 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종합주가지수가 20포인트나 출렁
내려앉았다.

기관투자가가 단기급락을 기회로 일반이 내놓는 매물을 거두어 들이면서
주가지수하락폭을 7포인트정도로 줄였지만 우리증시에서 김일성사망이후의
첫 반응은 "남북관계"가 앞으로 자주 출현할 증시재료가 됐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인식시키기에는 충분했다.

이어 12일 열린 주식시장에서도 표면상으로 북한재료를 "반등의 변"으로
내세웠다.

투자자들이 김정일체제가 남북정상회담을 적극 요청할 것이라는 루머를
적극 수용해 매수호가를 높이는 바람에 10포인트이상의 급반등장이 연출
됐다고 증권사일선지점장들은 전했다.

지난14일의 경우에는 주가가 후장 막판에 갑자기 출렁 내려앉자 김정일이
사망했다는 밑도 끝도 없는 풍문이 객장에 흘러다녔다.

주식시장에서 일시적이나마 이같은 허무맹랑한 루머까지 등장한다는 것은
그만큼 김정일체제가 주시시장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투자자들이 많다는 점을 재강조하는 측면이 있다.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은 김일성사망보도이후의 개장된 6일간의 거래일
가운데 3일간은 김일성사망과 김정일체제의 장래와 관련한 얘기가 시장에
나돌았고 투자심리에 영향을 끼친 것이 사실이다.

증권전문가들은 지난 한 주동안은 단기적인 김일성사망충격과 북한의
새체제움직임과 관련한 막연한 루머가 영향을 미쳤지만 앞으로는 북한의
김정일체제의 변이에 따라 주식시장의 주가기조와 매매패턴이 서서히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와관련 대우경제연구소는 지난주 김정일 체제와 남북관계변화를 예상하는
시나리오를 나열한 자료를 내놓았다.

이 경제연구소는 앞으로 6개월~1년간은 김정일체제가 김일성정책의 골격을
지속하면서 북한주민들의 지지를 잡아두는데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
했다.

중국등 지원국으로부터 생필품 공급을 요청하고 내부체제정비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미국등 외부세계와의 관계도 원만하게 가져갈 것으로 진단했다.

이럴경우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총제적으로는 중립적일 가능성이 높다.

이후 6개월-1년간의 내부체제정비후에는 어떤 방향으로든지 본격적인 경제
개발에 김정일 체제가 발벗고 나설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뒤따른다.

여기서 경제개발방식이 기존의 김일성체제방식을 답습하는냐 아니면 새롭게
중국식 개방정책을 도입하는냐에 따라 김정일체제의 향방이 엇갈릴 것으로
분석됐다.

대우경제연구소의 분석으로는 기존의 폐쇄적인 경제개발계획을 밀고 나갈
경우엔 가중되는 생활고로 북한사회에서 소요가 일어나 김정일체제가
흔들리거나 막을 내리는 상황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이 경우 군부보수파가 주민의 불만을 억압하면 남북관계가 다시 경색
되겠지만 급진 개혁.개방파가 등장하면 상황이 완전 역전될 수도 있다.

이 시나리오대로라면 주식시장은 김정일체제이후 등장할 새 체제에 대한
불투명성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총체적인 악재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

김정일체제가 폐쇄적인 정책이 아닌 중국식의 점진적 개방경제를 표방
한다면 경제개발의 성과에 따라 점진적 개방경제체제가 지속되거나 아니면
성과를 높이기 위한 급진적인 개방을 시도될 가능성이 엿보인다는 것이
대우경제연구소측의 진단이다.

이러한 개방정책의 진행과정에서는 남북경제협력의 비중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국내기업들의 진출본격화등으로 증시에 크나큰 호재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전문가들이 김일성사망을 "단기악재 장기호재"로 본 것도 북한이
궁극적으로 개방쪽으로 궤도 수정을 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는 것이다.

대우경제연구소의 시나리오를 보더라도 김정일체제가 나갈 방향을 다양
하다.

이를 가늠해 볼수 있는 최초의 방향타는 역시 현안으로 걸려있는 핵협상
결과일 것이다.

김정일체제 북한변화는 주식시장에도 아주 가변성이 큰 재료로 비춰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북한이 개방으로 나아가 증시에 대형 호재로 서서히
다가올 것으로 보는 견해가 현재로써는 우세하다.

<양홍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