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 서부지역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한마디로 미국서부의
경제는 극심한 침체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로스앤젤레스의
집값이 하락하고 회사의 중간관리자들이 보따리를 싸 떠나고 있으며
심지어는 남가주대학에 대한 군수용역이 중단되어 재정난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지진 화재 폭동등도 그원인이지만 이지역에 다수 분포되어 있는
미국의 군수산업이 냉전체제의 붕괴와 미국재정적자 감축노력으로
수요가 반감된 것이 주요인이다. 3%이상의 성장세 그러나 동부나 남부
특히 멕시코에 연한 지역의 경기는 대단한 활기를 띠고있다. 이때문에
서부 불경기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4.4분기이후 미국 전체로 3%이상의
강력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일본이나 독일이 거의 마이너스
성장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경제가 이렇게 강하게 회복되고
있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하나는 우루과이라운드(UR)의 타결에 고무되어 미국에 비교우위가 있는
부문, 즉 서비스 농산물 지적소유권등 제조업이 아닌 신부문에서 투자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점을 들수 있다. 다른 하나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간에 맺어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발효에 따라 저임금의 멕시코
인력을 활용하게 되어 한계 제조업의 경쟁력을 다시 살려낼수 있게
된점이다.

흔히 지적되는 이상의 두가지 요인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인은 지금 미국의 기업들은 대대적이고 근본적인 기업혁명,
즉 리엔시리어링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는 기업혁명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미국기업들이 시도하고
있는 기업혁명은 매우 다양한 것이지만 몇가지 공통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 기업내의 관료조직을 해체하고 있는 점이다. 세계적인 기업
GE사는 관료조직을 부수는데 10여년을 투자하여 직급체계를 29개에서
5개로 줄었다. 당연히 보고단계도 8단계에서 4단계로 크게 줄어들었다.
미국의 자존심이라고 일컬어지는 IBM도 50억달러 이상의 적자가 수년째
계속되면서 에어커즈 사장이 불러나고 공룡과도 같던 IBM을 12개
사업부로 분할하여 버렸다. 이것은 거대조직의 비효율성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어느 기업을 막론하고 종래의 피라미드형 조직을 깨고 사업부제 혹은
팀제를 도입하여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게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
되고있다. 심지어는 뉴욕의 전화회사인 NYNEX사처럼 일부 경영인력을
제외한 4천여명의 전사원을 일반대표(general representative)로 명칭을
부여하여 현업부서가 하는 전화설치, 수리등을 누구든지 만능적으로
수행하게 하는 회사도 있다. 아담스미스 이래의 분업주의가 만능주의에
밀리고 있는 것이다.

둘째 유연성을 높여가고 있다. 소득의 향상에 따라 다양화, 개성화
하고 있는 소비패턴의 변화에 맞추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
해내며 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신속히 팔아치우고 소비자에게 아무
도움도 주지 못하고 도장만 찍고 있는 관리자를 무자비하게 해고하는
유연성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록히드 F16생산공장의 종업원들은
연말까지 종업원을 1만7,000명에서 1만3,000명으로 줄인다는 광고
옆에서 일하고 있다. 불루밍턴의 OE 냉장고 공장은 96년까지 생산설비를
2배로 늘리면서 근로자는 한명도 늘리지 않을 계획이다. 부가가치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무엇이든지 하지만 부가가치를 생산하지 못하면
무자비하게 이를 제거하는 비정한 유연성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고객중심이라는 점이다. 기업마다 자신의 고과를 실시하는
직송상관이 아니라 고객을 중심으로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점이다.
유명한 카드회사인 홀마크사는 최근 소매매장에 "나만의 카드코너"를
설치하여 고객이 카드의 무늬를 선택한후 필요한 문귀를 입력시키면
컴퓨터 통신망을 통하여 본사에 대가하고 있는 700여명의 디자이너에
전달되고 이를 즉시 반영한 카드가 다음날로 매장에 공급된다. 이것은
소비자인 고객이 생산에 참여하는 사업방식이다. 홀마크사는 이를
통하여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다. 고객에게 디기시간을 미리 알려
준다든가 고개의 서비스 요청을 최신의 통신장비를 이용하여 최단
거리에 있는 서비스요원으로 하여금 빠른 시간내에 처리하도록 하는
것등도 모두 고객을 위한 것이다.

넷째 국경을 뛰어넘는 범세계적 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즉 스피드화가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 디자인된 설계도면이 아시아에 있는 지사나
합작사에 수분내에 칼라로 전송되고 이를 아시아의 작업장에서 제품화
하여 이튼날 매장에 납품하는 사례라든가 항공으로 화물을 수송하면서
전송으로 통관서류를 미리 작성하게 하는 것등은 모두 국경을 뛰어넘는
신속성을 의미한다. 기업경쟁력 높여 이상과 같은 내용들은 경여혁신의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그것들이 가능해지기 위하여는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이 전제가 된다. 정보화를 통하여 다능화 스피드화 그리고 고객
참여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정보화와 더불어 그러한 일을 담당할 인재도 필요하다. 아울러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조직혁신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구태
의연한 관료조직을 그대로 놓아둔채 기업혁신이 사실상 불가능하여
도저히 살아남기가 어려운 것이다. 조직의 혁신과 더불어 조직을
운영하는 제도의 혁신도 필요하다.

최근 우리기업들과 신경영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국제분업속에서 한국기업의 위치가 일류는
커녕 제삼류도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위에서 이에 대응하기 위한
신경영운동을 전개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신경영운동이 과연 큰 성과를 기대할수 있을 것인가는 의문스럽다.
무엇보다도 대기업집단과 같은 무거운 조직이 바뀌지 않고 그것을
달성할수 있겠는가?

지금도 조직이 방대하여 변신이 어려운 대기업 들이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위하여 혹은 업종전문화를 위하여 피라미드 조직을 그대로 둔채
오히려 규모만 더욱 키워 간다면 분명 거꾸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10여단계가 넘는 보고단계를 그대로 두고 과연 세계적인 기업과 경쟁할
수 있겠는가? 신경영을 가능하게 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또 어떠
한가? 정보 슈퍼하이웨이를 서두르고 있는 미국에 비하여 어린아이와도
같은 우리의 정보통신기술 수준을 가시고 신경영을 이룰수가 있는가?
조직.제도 변해야 더구나 조직을 운영하는 제도는 바뀌고 있는가?
바뀌고 있다면 어느 방향으로 어느 정도 바뀌고 있는가 이것도 의문
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전개되는 신경영은 자칫 정작 변하여야 할 조직과
제도는 건드리지 않으채 "30분 더일하기"나 "공휴일 줄이기"운동과
같은 종업원에 대하여 일방적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구호로 끝나지
않을가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