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된 뉴욕의 유명 식당들이 가파른 최저임금 상승 때문에 줄줄이 문을 닫거나 음식값을 올리고 있다. 미국 뉴욕주는 시간당 최저임금을 지난해 8.75달러(9945원)에서 올해 11달러로 올렸다. 2021년까지 15달러로 인상할 예정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해 시간당 최저임금이 11달러로 올라가면서 뉴욕의 유명 식당이 잇따라 문을 닫았거나 폐점할 계획을 밝혔다. 맨해튼 이스트빌리지에서 40년간 영업하다 지난달 폐업한 ‘안젤리카 키친’이 대표적이다. 사장이었던 레슬리 맥어첸은 “주인으로서 내가 가져야 할 선택권을 모두 빼앗긴 느낌이었다”며 “앞으로 어떤 식의 규제가 더 닥칠지 알 수 없었다”고 폐업 이유를 설명했다.

25년 동안 맨해튼의 부촌인 어퍼이스트에서 영업해온 중국요리점 ‘차이나 펀’도 지난 1월 최저임금 규제를 비판하는 글을 출입문에 붙여 놓고 문을 닫았다. 또 다른 유명 중국식당인 ‘시안 페이머스 푸드’는 최저임금 인상을 이유로 음식값을 올렸다.

뉴욕은 미국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선도해온 곳이다. 지난해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와 뉴욕주의회는 2021년까지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올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시간당 8.75달러이던 최저임금이 작년 9달러, 올해 11달러로 올라갔다. 올해 안에 13달러까지 인상된다. 식당 규모 등에 따라 적용 시기는 약간씩 다르지만 어쨌든 모든 사업자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

WSJ는 초일류 레스토랑이 밀집해 있고, 입맛이 자주 바뀌는 뉴욕에서는 원래 식당 경영이 어렵지만 최저임금 상승이 최근 폐업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고 전했다. 쿠바식 음식 체인점인 ‘아바나 센트럴’을 운영하는 제러미 메린은 WSJ에 “너무 빨리 오른다. 숨도 못 쉴 지경”이라며 “지난 몇 년 동안 2개 지점을 폐점했다”고 말했다.

뉴욕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새로 영업허가를 받은 식당은 2013년보다 16% 정도 줄었다. 현재 뉴욕에서 영업 중인 식당 수는 올해 3월 말 기준 2만4865개로 답보 상태다. 2014년 2만3984개와 비교해 별달리 증가하지 않았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