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카페베네가 최승우 대표 취임 이후 첫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카페베네는 최 대표 취임 이후 상시 경영 정상화 프로그램을 가동해 커피 맛을 개선하고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브랜드 존립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카페베네 제공.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카페베네가 최승우 대표 취임 이후 첫 희망퇴직을 진행한다. 카페베네는 최 대표 취임 이후 상시 경영 정상화 프로그램을 가동해 커피 맛을 개선하고 비용을 줄이는 방향으로 브랜드 존립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카페베네 제공.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카페베네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카페베네는 27일 현재 모든 사원에게 희망퇴직 접수 사실을 알리고 신청을 받고 있다. 규모는 총 임직원 수 200명의 15%인 30여명이다.

이는 2015년 창업주인 김선권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나고 '구조조정 전문가'로 꼽히는 최승우 대표가 취임한 뒤 이뤄지는 첫 희망퇴직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은 상시 이뤄지고 있는 경영 정상화 프로그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 완전자본잠식 터널 지나는 카페베네

카페베네는 최 대표 취임 이후 경영 정상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브랜드를 강화하는 한편 비용을 줄이는 방향이다.

현재 700여개 가량인 매장을 점진적으로 리모델링하고 가맹점주 재계약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본업이 커피전문점을 통한 물류사업인만큼 매장수가 더이상 줄어들면 곤란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희망퇴직은 원칙적으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지만 생산·물류 등 현장직에 있는 직원들은 가급적 배제한다는 방침이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가맹점주들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박한 상황인만큼 직급, 연차, 나이에 관계 없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 카페베네의 이번 희망퇴직은 심각한 자금난 때문이다.

2015년 최 대표 취임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싱가포르 투자자 '한류벤처'로부터 165억원을 수혈받아 자본금을 늘렸지만 그동안의 어려움을 막기에는 부족했다.

회사 측은 한류벤처로부터 올 상반기에 100억원대의 추가 투자를 받기로 했지만 자금난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최 대표가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상황이다.

카페베네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 각각 133억원과 335억원을 기록해 역대 최대 적자를 냈다. 해외사업손실분을 지난해 회계처리에 반영하면서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4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상태가 됐다.

◆ 브랜드 회생? 가맹점주 재계약이 관건

카페베네는 2008년 5월 천호동에 1호점을 낸 후 스타마케팅과 유럽풍 인테리어 등으로 인기를 끌면서 2년 만에 매장을 800개나 냈다.

2000년대 후반 커피전문점들의 호황기를 한 가운데서 누리며 매출은 2012년 2207억원으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카페베네는 2014년 매출 1463억원, 영업이익 31억원을 기록하는 등 2012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며 위기론이 대두됐다.

김 전 대표가 본업인 커피전문점 외에 다른 사업으로 눈을 돌린 것이 화근이 됐다. 그는 제2브랜드들인 블랙스미스(외식), 마인츠돔(베이커리), 디셈버24(헬스뷰티스토어) 등을 잇따라 론칭했다. 150억원 가까운 돈을 이들 브랜드에 투자했지만 동반성장위원회의 중소기업적합업종 등의 규제를 피하지 못하며 줄줄이 철수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해외사업도 문제가 됐다. 합작사 형태로 진출했던 중국 시장은 파트너사의 경영부실과 현지화 실패로 80억원의 손실을 내고 사업을 정리했다. 100억원 넘게 투자했던 미국법인에서도 막대한 손실이 나면서 현재 매각을 고려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2014년 한때 1560개에 달했던 매장이 현재 절반 이상 줄었다"며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물류에 기반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만큼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가맹점주들을 얼마나 붙잡아 둘 수 있을지가 카페베네 브랜드 존립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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