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우리를 풍요롭게 하는 세상 모든 이야기의 힘!
봄꽃이 한창이다. 반가운 봄꽃으로 마음이 설렌다. 하지만 그러한 화사한 꽃소식이 무색하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현실은 아직 몸을 움츠리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문제로 한류에 대한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국정농단의 폐해로 문화융합과 창조경제에 대한 우려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문화에서 다시 희망을 찾고 이야기꽃을 피워야 한다. 문화를 뜻하는 ‘culture’가 라틴어 ‘cultus’의 ‘밭을 갈아서 경작하다’라는 것과 ‘마음을 돌본다’라는 의미에서 파생했듯이 결국 이 위기를 문화로 추스르고 다시금 문화의 힘을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문화가 곧 힘이라면 힘의 원천이자 자양분은 ‘스토리’다. 스토리는 특별한 것이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흘러가는 시간 또한 역사적인 스토리이며 스마트폰을 통해 즐기는 인터넷세상 역시 스토리로 이뤄져 있다. 오늘도 주변의 누군가는 일상을 사진으로 찍어 무언가를 인증하고 SNS로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 사진 속의 배경은 아름다운 풍경이나 맛집 혹은 다양한 삶의 스토리를 내포한 채 소통·확산되고 있다. 개인의 삶이거나 사회적 현상을 담은 양상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스토리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며 현시대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스토리가 문화의 원천자산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먼 고대 인류역사로부터 스토리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고 언제나 세상을 이해하고 즐기는 필수적인 요소였다.

스토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우리가 기억해야 할 사실은 문화자산으로서의 스토리가 단지 거대자본의 문화산업이나 첨단기술을 통해서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 또한 아니라는 것이다. 주변 가까이 늘 함께 있어온 지역 또는 개인의 이야기들, 매체상에 떠돌아다니는 다양한 상상력의 원천까지 우리의 이야기들은 먼 곳에 혹은 텍스트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지척에 있어온 스토리들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스토리 자산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못해 그것을 효율적으로 살리고 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여 스토리 환경에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스토리 실현에 함께 힘써 가치를 되살릴 수 있다면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문화자산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과 창의력이 중요한 시대 상상력이 실현돼야만 창의적인 대상이 되는 것이다. 말로만 했던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눈앞에 펼쳐 보이면, 평범했던 장소는 찾고 싶은 곳이 되고 지루했던 세상은 훨씬 재미있어질 것이다.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실제로 체험할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을 넘어 스토리두잉(storydoing)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의 힘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다. 문화는 경제적 지표나 물질적 환경의 변화로 설명해야 할 수단이 아니라 우리 삶의 양태를 바꾸고 질을 개선할 목적 자체이기도 하다. 문화의 근간이 스토리이고 세상 모든 것이 곧 스토리임을 기억해 우리 주변 스토리를 발굴하고 실현하는 일부터 일관성 있게 지원하고 함께 참여한다면 스토리는 거꾸로 우리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이제, 우리 주변에 있는 세상 모든 이야기의 힘으로 다시 희망을 찾아야 할 때다. 봄이 돼 꽃이 피어나듯이 이야기꽃도 활짝 피어나 우리의 삶이 더 풍요로워지기를 기대해 본다.

윤주 < 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