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성제환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 "권력에 대한 인간 본능, 피렌체 예술 꽃 피웠죠"
르네상스 시대 조각가 다비드 디 도나텔로의 청동 작품 ‘유디트와 홀로페르네스’는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미망인 유디트가 조국 이스라엘을 침공한 적장 홀로페르네스를 유혹한 뒤 틈을 타 목을 베는 장면을 형상화했다. 당시 피렌체에서 가장 권력이 강했던 메디치 가문의 우두멀 코시모가 지시해 만들어졌다. 코시모는 이 조각상을 저택 안뜰에 배치해 연회로 집에 초대된 사람들이 눈여겨보게 했다. 그는 이 조각상을 통해 유디트 같은 도덕적 지도자의 권위를 자신의 모습에 투영했다.

[저자와 함께 책 속으로] 성제환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 "권력에 대한 인간 본능, 피렌체 예술 꽃 피웠죠"
성제환 원광대 경제학부 교수(사진)가 르네상스 시대의 문화와 예술을 돈과 권력 추구의 맥락에서 살펴본 《당신이 보지 못한 피렌체》(문학동네)를 냈다. 르네상스 발원지인 피렌체에서 유명한 건축물과 예술작품을 돌아보며 이들 작품이 만들어진 ‘진짜 배경’을 추적했다. 성 교수는 “문명의 거푸집인 경제와 정치 관점에서 르네상스 문명의 골격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책을 썼다”고 말했다.

저자는 “‘피렌체 르네상스’는 성직자, 토착 귀족, 신흥 상인, 시민, 인문학자, 공화주의자 등의 이상과 돈과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피어났다”고 단언한다. “당시 피렌체의 주교, 신흥 상인, 길드 정부, 메디치 가문 등이 왜 수도원이나 성당을 화가와 조각가를 동원해 치장했을까요. 누구든 근본 욕망은 같았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이념으로 무장하고 권력을 쥔 자신의 위상을 표현하기 위해, 혹은 권력을 얻거나 강화하기 위해서였지요.”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수십 명의 현지 성직자를 인터뷰하고 피렌체 국립 기록물보관소의 문헌을 64일 동안 샅샅이 뒤졌다고 했다. 그는 “일반인의 접근이 금지된 이 기록물보관소에 동양인이 들어간 건 처음”이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 전문 분야인 사회과학의 관점을 살펴보니 그동안 주목받지 않았던 면을 새롭게 보게 됐다”며 “이면에 숨은 돈과 권력에 대한 얘기까지 파악하면 예술작품을 더 깊이 있게 감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년 전 그는 르네상스 시대 상인들이 예술가를 후원하며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다룬 《피렌체의 빛나는 순간》을 내 호평받았다. 성 교수는 “이르면 2년 내에 ‘베네치아 상인들이 만든 르네상스’라는 주제로 쓴 책을 출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312쪽, 1만9000원)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