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의 디지털 실험…'종이없는 지점' 전면 도입
신한은행이 13일부터 전국의 모든 영업점에서 종이서식을 없애고 태블릿PC를 활용한 디지털서식으로 바꾼다.

소비자는 통장·카드를 새로 개설할 때 수십 번씩 서명해야 하는 불편함을 덜고 은행은 종이 등 관리 비용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KEB하나은행 등도 연내 종이를 쓰지 않는 창구를 전면 도입하기로 하는 등 ‘종이 없는 은행(paperless bank)’이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신한은행은 13일부터 디지털창구를 전 영업점에 도입한다고 12일 발표했다. 디지털창구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은행 업무를 종이 대신 태블릿PC로 처리한다는 점이다. 디지털창구에선 크게 두 가지가 바뀐다.

간편서식과 모아쓰기가 그것. 먼저 간편서식은 여러 장의 종이 신청서를 디지털 문서로 전환해 핵심 내용을 고객에게 태블릿PC 화면으로 보여주는 시스템이다. 모아쓰기는 고객이 계좌 개설, 금융상품 가입 때 여러 번 이름을 쓰고 서명해야 하는 절차에 동의한 뒤 태블릿PC로 한 번만 이름·서명을 작성하면 자동으로 모든 신청서에 이름·서명이 동시 적용되는 것이다. 가입자가 여러 번 이름을 쓰고 서명하는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

신한은행은 간편서식과 모아쓰기 도입으로 고객 편의성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입출금식 통장과 체크카드를 동시에 신규 개설할 때 기존처럼 종이문서로 작성하면 총 28회 이름을 쓰고 서명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창구를 이용하면 전자펜을 사용해 태블릿PC에 다섯 번만 이름·서명을 쓰면 된다.

업무 처리 시간도 단축된다. 통장 개설 시 종이서식으로 할 때는 15분이 걸리지만 디지털창구에선 7분이면 끝난다. 신한은행은 고객이 원할 경우 종전대로 종이 신청서로 업무를 처리할 계획이다. 기업(법인) 대출, 미성년자 관련 업무는 종이서식을 계속 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창구는 종이 절감은 물론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할 것”이라며 “비대면 채널의 디지털화를 넘어 대면 채널의 디지털화를 위한 시도”라고 강조했다.

다른 은행들도 영업점 디지털화에 분주하다. SC제일은행은 2014년 태블릿PC를 활용한 ‘찾아가는 뱅킹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이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에 뱅크숍을 내고, 태블릿PC만을 사용해 모든 은행창구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모든 영업점에서 종이문서 없이 태블릿PC와 전자문서를 사용해 업무를 처리하는 ‘창구 전자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말부터 복수의 펀드에 신규 가입할 때 기존 문서를 통합·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영업점 업무 처리 방식을 개선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고정비 등 영업점 예산을 줄이면서 업무 간소화로 고객 편의를 높일 수 있는 ‘종이 없는 은행’이 은행권 전체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