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4당이 경제민주화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법 개정안 중 전자투표제 의무화와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에 의견접근을 이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번 임시국회에서 이를 골자로 한 개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전자투표제는 주주가 주총에 참석하지 않더라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둘 다 이른바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들 제도는 ‘소액주주=선’이라는 가치에 매몰돼 사실상 대주주를 역차별하는 것이다. 다중대표소송은 주주 간 이해가 상충할 소지가 있고 소송 남용 가능성도 크다. 전자투표제가 의무화되면 투기자본 등의 악의적 루머 공격 때 투표 쏠림이 나타나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질 수 있다. 이들 제도를 채택한 나라가 극소수에 불과한 것도 다 그래서다.

지금 글로벌 추세는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등을 통해 경영권 보호 쪽으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한 명의 주주가 대량의 안건을 제안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사례를 막기 위해 주주 제안권 남용 방지를 위한 회사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워런 버핏이 갖고 있는 클래스A 주식은 의결권이 무려 1만개다. 대부분 미국 기업의 대주주는 소액주주에 대해 수십 배(구글) 수천 배(시스코시스템스)의 차등의결권을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기업 회장의 의결권도 주당 1개다. 그런데도 책임감으로 기업을 키워온 대주주와 달리 언제든 주식을 팔고 떠나면 그만인 소액주주에게 평등을 넘어 특권까지 주자는 게 지금의 상법 개정안이다.

정치인들은 입만 열면 경제가 최악이라고 한다. 그러면서 기업이 뛰게 만들기는커녕 세계에서 가장 기업하기 힘든 나라를 만드는 데만 혈안이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