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생계형 트럭’에 매달리고 있다. 생계형 트럭은 포터와 봉고 등 1t짜리 소형 트럭을 말한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구직을 포기한 대신 운송업이나 노점 판매 등 이른바 ‘길거리 장사’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역대급 취업난…생계형 트럭에 매달리는 청년들
청년 실업난의 그늘

한국경제신문이 30일 1t짜리 소형 트럭인 포터(현대자동차)와 봉고(기아자동차)의 최근 3년간 판매량, 연령별 판매 비중 등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포터와 봉고는 국내 소형 트럭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소형 트럭 전체 판매 대수는 큰 변화가 없었다. 포터와 봉고는 2014년 11만4354대, 2015년 12만778대, 지난해 11만5178대가 팔렸다.

이 중 30세 미만인 청년층의 구매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터와 봉고를 새로 산 전체 소비자 중 청년층(30세 미만)은 2014년 1435명에서 2015년 2117명, 지난해 3190명으로 계속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구매자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1.25%에서 2015년 1.75%, 지난해 2.77%로 계속 높아졌다. 2년 새 소형 트럭을 산 청년층 구매 비중이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현상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자동차 등록 대수에서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4.50%에서 2015년 2.97%로 계속 하락했다. 하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청년층 보유 비중이 3.04%로 반등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취업난에도 불구하고 30세 미만 청년들의 차량 보유 비중이 늘어난 것은 승용차보다 소형 트럭을 산 청년이 많아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조기 은퇴로 구매 시기 당겨져

1t짜리 소형 트럭을 산 중장년층(30~59세) 비중은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구매 비중은 2014년 73.69%에서 2015년 75.02%로 늘었다가 지난해엔 비슷한 수준인 75.44%에 머물렀다. 60세 이상 노년층의 구매는 되레 줄어들었다. 노년층 구매 비중은 같은 기간 24.79%에서 23.23%, 21.79%로 계속 감소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생계형 트럭을 구매하는 연령이 점차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중장년층의 은퇴 시기는 빨라지는 반면 청년층의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사회상을 반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포터와 봉고 등 1t 트럭은 통상 택배, 물품 운반, 노점 판매 등 생계형 자영업에 쓰인다. 그래서 ‘서민의 발’로 불린다. 이런 이유로 경기 불황이 이어질수록 소형 트럭 판매가 늘어나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 포터는 9만6950대가 팔리며 승용차인 아반떼(9만3804대)를 제치고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얘기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실업자 수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실업자 통계 기준이 바뀐 2000년 이후 실업자가 100만명을 돌파한 것은 처음이다. 청년(15~29세) 실업률은 9.8%로 2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