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으로 이민자와 난민들이 몰려들면서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이민자 및 난민의 상당수가 이슬람교를 믿는 무슬림이기 때문이다.

브렉시트를 지지해온 나이절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는 국민투표 전 한 TV토론회에서 “EU의 난민·이주자 정책 때문에 지난 15개월간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5000명이 EU에 들어올 수 있었다”고 말해 영국인의 불안감을 자극했다. 브렉시트 캠페인을 펼쳐온 ‘보트리브(vote leave)’도 “EU가 영국 내 테러 용의자 추방을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터키의 EU 담당 오메르 체리크 장관은 “영국 캠페인은 주류 정치인들이 기름을 부은 이슬라모포비아와 반(反)터키 정서로 훼손됐다”고 비판했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도 “브렉시트는 영국과 유럽의 패배이자 EU 종말의 시작”이라고 진단했다.

브렉시트 결정은 유럽 내 반난민, 반이슬람을 표방한 극우 성향 정당의 주장에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프랑스 극우 정당인 국민전선(NF)의 마린 르펜 대표는 무슬림이 거리에서 기도하는 것을 나치 점령시대에 비유하는 등 이슬라모포비아를 선동해왔다.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지난해 난민 유입이 급증하자 “이슬람교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 기독교 국가들로 이뤄진 유럽의 가치와 정체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말해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된 도널드 트럼프도 이슬라모포비아를 조장해온 인물로 꼽힌다. 최근 미국 올랜도에서 벌어진 총기참사와 관련, 그는 “이번 총기 참사는 급진 이슬람과의 전쟁이라며, 미국 내 모스크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