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으로 불거진 이른바 ‘디젤차 게이트’가 다른 나라 자동차회사로 재점화하면서 국가 간 갈등 양상으로 번지는 조짐이다. 벤츠도 디젤차 배출가스 장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미국에서 점점 커지는 가운데, 독일 당국이 독일차 외에 미국 일본은 물론 한국 자동차도 디젤차 유해가스 과다배출이 확인됐다고 발표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모회사인 다임러는 미 법무부의 요구에 따라 배출가스 저감장치의 이상 가능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당국의 조사가 폭스바겐 외 다른 독일 자동차회사로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지난 2월 미국 13개주 소비자가 벤츠 ‘블루텍 디젤차’의 배출가스 조작 의혹 관련 집단소송을 제기한 바 있어 제2의 ‘폭스바겐 게이트’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태다.

문제는 독일의 대응이다. 독일 교통부는 폭스바겐 사건 이후 디젤차 53개 모델을 점검한 결과 22개 모델에서 문제가 제기됐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폭스바겐, 벤츠 등 독일 5개사 외에도 쉐보레, 포드, 닛산 등 비(非)독일 17개사 모델이 무더기로 포함됐다. 현대차도 들어 있다. 폭스바겐처럼 불법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발견되진 않았지만, 일정한 조건에서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작동을 멈추는 방식 등으로 과다배출 등의 불규칙성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당국의 이번 발표는 디젤차 게이트에 대한 비난이 독일차에 집중되자 물타기를 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도 받고 있다.

자동차는 어느 나라나 전략산업이지만 그렇다고 소위 ‘기술의 독일’이 “너는 문제 없느냐”는 식으로 다른 나라를 물고들어가는 것은 비열하기 짝이 없는 대응이다. 폭스바겐 사건의 본질이 무엇인가. 이산화탄소만 적게 나오면 질소산화물 등 다른 건 문제 없는 것처럼 디젤차를 친환경차라고 속이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일종의 친환경 사기극을 벌인 것이다. 유럽의 온실가스 규제 열풍 자체가 디젤차 캠페인의 일환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독일은 디젤차를 환경차로 둔갑시켜온 경과부터 밝히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